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날 때 가장 많이 찾는 약이 ‘타이레놀’이다. 그런데 집에 있는 타이레놀을 유심히 보면, ‘타이레놀정’이라고 적힌 것이 있는 반면, ‘타이레놀이알서방정’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있다.
약 모양을 보면 둘 다 똑같이 길쭉한 하얀 알약인데 왜 상품명은 다를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약은 ‘정제’에 해당된다. 타이레놀정은 일반 정제다. 반면 타이레놀이알서방정은 타이레놀정보다 1정에 포함된 약효 성분의 양은 더 많지만, 약 성분이 좀 더 천천히 나오게 특수 디자인된 것이다. 약효가 8시간 지속되므로 하루 2번만 먹어도 일반정 4번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럼 일반정제과 서방정(徐放錠)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상품명에 ‘서방정’ 또는 ‘이알(ER)’이라는 단어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이알(ER)은 ‘Extended Release’ 말 그대로 약물이 서서히 녹아 나오게 만들었다는 외래어 표기다. 두 번째는 약 포장에서 ‘성상’이라는 부분에 ‘정제’가 아닌 ‘서방정’ 또는 ‘서방정제’라고 표기됐는지 확인해보고, 마지막으로 약 포장의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이 약은 서방형 제제이므로 정제를 으깨거나 씹거나 녹이지 말고 그대로 삼켜서 복용해야 함’이라고 쓰여졌다면 그 제품은 서방정이다.
왜 서방정은 약을 갈거나 씹거나 녹여서 먹지 말아야 할까.
앞에서 설명한 대로 서방정은 우리 몸에 들어가 서서히 약물이 나오도록 특수하게 디자인된 약품이기에, 이 약을 갈거나 씹게 되면 서서히 나와야 하는 약이 한꺼번에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약물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서방정은 일반 정제보다 약물의 양이 많게는 2배정도 더 함유하고 있어 특수한 디자인이 손상돼 약물이 한꺼번에 나오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타이레놀이라고 해서 다 같은 타이레놀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내가 먹고 있는 약이 어떤 ‘특수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디자인된 목적에 따라 의약품의 용법용량이 달라질 수 있기에 의약품은 허가된 대로 복용할 때 가장 효과가 좋고 안전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