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건선환자들의 고통은 신체적인 부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피부 변색이나 수포, 우수수 떨어지는 각질 등도 물론 고통스럽지만 주위의 왜곡된 시선과 반응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고통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 지난달 29일 ‘세계 건선의 날’을 맞아 대한건선협회가 중증 건선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증 건선환자의 삶의 질 만족도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 42점에 불과했다. 김성기 대한건선협회 회장은 “과거 조사를 보면 암 환자의 삶 만족도는 49점, 당뇨 환자는 52점으로 나타나 오히려 중증 건선환자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등의 정도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중증 환자들이 꼭 치료되기를 바라는 건선의 신체적 증상 역시 피부 변색과 얼룩덜룩한 피부, 붉은 반점(42%)과 같은 피부 병변이었다. 뒤를 이어 각질이 떨어지는 현상(36%)을 고치고 싶어 했고 가려움(19%)은 오히려 후순위였다.
피부 변색이 심한 환자 열명 중 여덟은 이런 외적 변화 때문에 일상을 살면서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이 줄어든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73%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만남이나 외출을 삼간다고 말했다.
건선협회가 지난해 환자 4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겉으로 드러난 건선 증상 탓에 사회적으로 고립돼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심지어 43%는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 있다고 답했다.
미국 국립건선재단이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총 5,604명의 건선 및 건선성 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0명중 9명이 건선 질환으로 삶의 즐거움을 방해받고 있다고 답했다.
건선 환자의 12%는 무직인 상태였으며 11%는 시간제 근로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무직인 건선 환자 92%는 건선 혹은 건선성 관절염 질환으로 인해 무직 상태라고 답했고 직장생활을 하는 건선 환자들 49%도 건선으로 결근한 경험이 있었다.
<김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