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마비·언어장애·어지러움
증상 나타나면 바로 119 전화
흡연·코골이 발병위험 높아
지난해 57만명이 뇌졸중 진료
40~60% 발음·보행 등 후유증
4.5시간 내 치료땐 장애율 뚝
지난 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고령층의 병으로 알려진 뇌졸중이 최근 40대 이하에서 20%가 발병할 정도로 젊은 환자가 부쩍 늘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뇌졸중으로 지난해 57만명이 국내에서 병원 진료를 받았다. 뇌졸중 환자의 10%가량이 목숨을 잃는데, 사망을 피한다 해도 환자의 40~60%정도가 발음ㆍ보행ㆍ운동장애 같은 후유증이 생기고, 상당수 환자가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로 고통 받게 되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골든 타임 ‘4.5시간’ 안에 병원 찾아야
뇌졸중은 갑자기 뇌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돼 뇌가 망가져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병이다. 뇌졸중의 85~90%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분당 190만개, 시간당 1억2,000만개의 신경세포가 없어져 장애가 남고 후유증이 생긴다.
뇌졸중 조기 발견의 핵심은 ‘갑자기’에 있다. 갑자기 물체가 둘로 보이는 증상, 안면마비ㆍ반신마비 증상, 말이 어눌해지는 언어장애 증상이 나타나거나, 갑자기 걷기 힘들고 균형 잡기 힘들 때, 심하게 어지럽고 둔기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두통이 생겼을 때 뇌졸중을 의심해 곧바로 급성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
뇌졸중 골든 타임은 4.5시간이다. 이 시간 내 제대로 치료 받으면 3개월 후 일상생활 복귀율이 6∼12시간에 치료받은 사람보다 26%나 높아진다. 물론 더 빨리 치료 받을수록 혈전용해제 투여 등 빠른 조치로 일상생활 복귀율이 그만큼 높아진다. 김용재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 교수는 “과거에는 3시간 이내 병원에 가는 것을 골든 타임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뇌혈관 치료 기술 발전으로 6~ 12시간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뇌졸중 증상을 심각히 여기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따라서 자신의 몸 상태가 평소와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뇌졸중인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뇌졸중학회는 뇌졸중 증상을 빨리 알아채게 해 병원에 빨리 가도록 하기 위해 ‘FAST’라는 단어로 홍보하고 있다. F(Face drooping)는 안면마비, A(Arm Weakness)는 팔마비, S(Speech difficulty)는 언어장애, T(Time to call 119)는 증상 발생 즉시 119에 전화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뇌졸중 증상이 가볍게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도 한다.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다가 24시간 안에 사라지는 증상을 ‘미니 뇌졸중(뇌허혈 발작)’이라고 하는데 뇌졸중 환자의 40%가량이 발병 이전에 미니 뇌졸중을 경험했다. 이런 경우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3개월 안에 뇌졸중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골이 심하면 뇌졸중 위험 67% 늘어”
뇌졸중 환자의 40~60%가 하루아침에 말을 못하게 되거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등 후유증이 생긴다. 본인은 물론 돌보는 가족들의 몸과 마음도 힘들게 만드는 병이다. 따라서 뇌졸중은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
뇌졸중의 가장 큰 요인은 ‘성인병’으로 칭했던 ‘생활습관병’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혈압, 흡연, 스트레스, 나쁜 식습관, 복부비만 등이 뇌졸중 위험 요인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자신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으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을 섭취하고 저염식을 생활화하며,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연은 필수다. 흡연은 뇌경색 위험을 1.5∼2배, 뇌출혈 위험을 2∼4배 가량 높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결과, 45세 이하 젊은 남성 뇌졸중 환자 발병 원인의 45%는 흡연, 29%는 고혈압이었다. 다만 뇌졸중 위험도는 금연 2년 뒤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5년이 지나면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과 비슷하게 떨어지므로 빨리 금연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뇌졸중 위험을 높이므로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스스로 관리가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을 필요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결과, 뇌졸중이 처음 발병한 뒤 2년 이내 25.4%가 우울증으로 진단됐고, 3개월 이내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했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혈관에 염증과 혈전을 유발해 각종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대기오염도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 코골이가 뇌경색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골이가 심하면 체내에 들어오는 산소량이 줄고 이로 인해 뇌손상과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한 연구결과에서는 코골이가 심하면 뇌졸중 위험이 67%, 심장발작이 34% 더 증가했다.
정필욱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증상을 미리 알고 빨리 대처하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뇌졸중은 재발 가능성도 높으므로 회복 후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뇌졸중의 FAST 법칙
F(Face Dropping)
한쪽 얼굴에 안면 떨림과 마비가 온다.
A(Arm Weakness)
팔 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진다.
S(Speech Difficulty)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하다.
T(Time to call 119)
증상이 발생하면 바로 119로 전화한다.
●뇌졸중의 주요 증상
①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진다.
②말할 때 발음이 이상하다.
③말을 잘 못하거나 다른 사람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④갑자기 심하게 어지럽고 술 취한 사람처럼 걸으며 한쪽으로 쓰러진다.
⑤갑자기 한쪽이 잘 안보이거나 둘로 겹쳐 보인다.
‘침묵의 살인자’ 뇌졸중으로 지난해 57만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뇌졸중이 생기면 10%정도 목숨을 잃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때 4.5시간 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