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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아픔 딛고 가을하늘은 오늘도 울긋불긋 꽃을 피운다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7-09-29 10:10:20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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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전망대서 손에 잡힐듯한 북녘땅 해넘이 마을 낙조로 아픈 현실 위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전등사 독특한 한옥 양식 강화성당도 볼만

 

 

 강화대교를 건너자 가로 16㎞, 세로 28㎞의 작은 섬 강화도가 나타났다. 외부에서 강화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북쪽에 위치한 강화대교를 건널 수도 있고 남쪽에 있는 초지대교를 이용할 수도 있다.  

북쪽에 있는 강화평화전망대를 첫 목적지로 정했던 만큼 강화대교를 이용해 강화도로 들어갔다. 계획이 틀어진 건 순식간이었다. 강화대교를 건너자 해안도로 표지판이 나타났다. 방향을 틀어 해안도로로 들어갔다. 서울 인근에서 바닷가를 끼고 이어진 도로를 접하기 쉽지 않은 터라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정해놓은 계획은 싹 잊고 내쳐 달렸다. 그렇게 풍경에 정신이 팔린 지 십여 분이 지나자 두 번째 목적지로 생각했던 광성보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강화해협을 지키는 중요한 요새이자 역사 시간에 배웠던 신미양요의 격전지였던 광성보 초입에는 성문인 안해루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맞고 있었다. 

“강화도는 물길을 따라 서울로 들어가는 지름길이었다”는 한혜신 해설사의 말처럼 강화도는 과거부터 외세의 침입이 잦았다. 그중에서도 광성보는 강화도에 있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다.  

광성보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신미양요 때 미군과 벌인 전투다. 고종 때인 1871년에 통상을 요구하며 미국 군함이 침입하자 초지진·덕진진·덕포진 등에 있던 조선군 포대가 이를 물리쳤다. 하지만 미군은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공격해 초지진과 덕진진을 점령하고 광성보까지 쳐들어왔다. 당시 광성보를 지키던 어재연 장군과 조선의 군사들은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를 들고도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끝내 함락당하고 말았다. 이 전투에서 수백 명의 조선군이 전사하고 중상을 입은 수십 명이 미군의 포로가 됐다.  

안해루에서 용두돈대로 내려가는 길에는 당시 전쟁의 잔혹함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강화해협을 따라 용머리처럼 돌출한 자연 암반 위에 설치된 교두보인 용두돈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물살이 빠르다고 알려진 손돌목의 물길을 마주할 수 있다. 물이 많이 빠져 그 위세는 약해졌지만 물살이 강할 때는 안해루에서도 물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외세에 항거한 흔적은 국내 최고(最古)의 사찰로 알려진 전등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381년(소수림왕 11)에 진나라에서 건너온 아도(阿道)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전등사는 1908년 10월 강화의병이 일본군과 전투를 벌여 승리한 곳이기도 하다.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 300년이 된 소나무 등 수많은 고목이 치열한 전투를 지켜봤던 이곳은 오랜 역사만큼 보물 제178호인 전등사 대웅전(大雄殿), 보물 제179호인 전등사 약사전(藥師殿), 보물 제393호인 전등사 범종(梵鐘) 등 많은 볼거리가 있다.          

 

외세와의 접촉 빈도가 잦았던 강화도에서는 오래된 종교 시설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타 종교를 배척했던 당시 분위기를 반영하듯 불교 사찰의 느낌을 가진 독특한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전등사에서 평화전망대로 가는 방향에 자리 잡고 있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강화성당은 외부는 전통 한옥 양식으로 내부는 바실리카 양식으로 지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성당인 이곳에서는 지금도 매 주일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용두돈대에서 바라본 손돌목. 물살이 강할 때는 안해루에서도 물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바로 평화전망대로 향했다. 느긋하게 여행을 즐겼던 터라 민통선 내에 있는 평화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오후6시면 운영이 끝나 민간인들은 모두 이곳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전망대 도착 4㎞를 앞두고 강화도에서 근무하는 해병대원들이 차를 세웠다. 잠시 차를 세워 방문지와 방문 이유를 적고 전망대로 향했다. 시간이 늦어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2.3㎞. 전망대에서 북한까지의 거리다. 마침 이날 날씨가 좋아 개성 송악산까지 볼 수 있었다. 수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수십 년 동안 갈 수 없었다는 사실에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직원이 영업시간 마감을 알렸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건너편 북한에서 내보내는 방송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다. 이곳에서 여행을 마무리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다시 남쪽으로 차를 돌려 일몰 명소로 알려진 해넘이 마을을 찾았다. 낙조전망대에 도착하자 해가 지고 있었다.  

<글·사진(강화)=박성규기자>

 

 

분단의 아픔 딛고 가을하늘은 오늘도  울긋불긋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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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몰 명소로 알려진 해넘이 마을 낙조전망대에서 바라본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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