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비만ㆍ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심혈관계질환 등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운동이다. 걷기운동이 인기를 끌면서 하루 1만보를 걸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영국 워릭대 연구팀은 최근 1만5,000보를 걸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내놨다.
전문의들은 “평소 짬을 내 걷기운동을 실천하면 건강에 도움되지만 굳이 1만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1만보라는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하루 활동량을 늘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하루 30~50분 정도 약간 숨찰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주 5회 정도 걸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상철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하루 30~50분 정도 속보로 걸으면 7,000보 정도 걷게 되는데 이 정도면 체중감량은 물론 유산소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상에 쪼들려 하루 30분 이상 걷는 시간을 내지 못한다고 포기하지 말고 하루 5~10분 정도라도 걸으면 건강에 좋다. 김양현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걷기운동은 걸음 수보다 운동한 시간이 중요하다”며 “한번에 30분 이상 걸을 수 없다면 10분씩 나눠 걷는 게 좋고, 다만 이틀 이상 걷지 않으면 운동효과가 없다”고 했다.
걷기는 다른 운동에 비해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고, 다칠 우려도 적지만 만보에 집착해 무리하게 걷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박훈기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연령과 신체조건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걸으면 아킬레스건 부상, 피로골절, 발목염좌 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보’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일상에서 꾸준히 걷는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바른 자세로 걸어야 운동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장 좋지 않은 자세가 고개를 숙이고 걷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걸으면 목과 어깨 등에 부담 줘 쉽게 지쳐 오래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고, 어깨는 항상 엉덩이와 일직선이 되게 펴야 한다. 어깨를 움츠리고 걸으면 등이 굽고 숨쉬기가 곤란해진다. 걸으면서 팔꿈치를 한 자세로 고정하고 걸으면 등이 경직되므로 팔과 어깨 긴장을 풀고 팔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된다. 이병호 국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전문의와 상담해 관절과 척추, 근력상태를 점검해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량과 방법으로 걷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하루 30~50분, 일주일에 5회 정도 속보로 걸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