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엄선… 치료효과 30~60%
‘기적의 약’ 홍보 안해도 입소문 퍼져
약 철저하게 사용·정기 검진 의무화
머리카락 나는 것 보여주며 확신감
뉴욕과 베벌리힐스 전초기지 오픈
미국 거대시장 본격 공략 나서
플로리다 주 랜도레익스에 거주하는 변호사 하이디 임호프는 42세 때부터 탈모가 시작됐다. 그녀는 블로우 드라이어를 사용하면 머리카락이 더 빠질까봐 매일 아침 2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샤워했고, 머리가 자연 건조되고 나면 머리를 정성껏 뒤로 넘김으로써 두피의 벗겨진 부분을 가리곤 했다.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그녀는 숱이 많아진다는 나이옥신(Nioxin) 샴푸도 써보고, 탈모제 로게인(Rogaine)도 발라 보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하크리니켄(Harklinikken)이었다. 덴마크의 한 회사가 개발한 이 제품은 엄선된 사람들에게만 사용이 허락된다는 특이한 탈모제다.
임호프는 처음에 제품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 회사가 자랑하는 사용 전과 사용 후의 사진들은 너무 대단해서 거짓말 같았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을 신청했고 커트라인을 통과했다. (하크리니켄 제품은 흉터로 인한 대머리나 탈모증 등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비롯해 30% 이상 효과를 보기 힘든 사람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그때부터 하크리니켄 세럼을 석달(한달 분 88달러) 동안 바른 그녀는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창피함을 무릅쓰고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용 전과 후의 사진까지 올린 그녀는 “구멍이 숭숭 보였던 두피가 사라졌다”고 기뻐했다.
하크리니켄은 덴마크 어로 ‘헤어 클리닉’이란 뜻이다. 이 제품의 충성도는 대단해서 고객 5명중 4명은 이미 사용해보고 효과에 만족한 다른 고객의 추천을 받고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이 회사의 창립자이며 수석 연구원인 라스 스코트는 말했다.
이 약의 효과는 확실히 대단한 것으로 평판이 나있다. 4개월 동안 연한 차 색깔의 토닉 액체를 매일 두피의 모든 부분에 바르고 6시간 이상 놔두면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최소한 30%에서 최대 60%까지 빠진 머리카락을 회복한다고 이 회사의 통계는 전하고 있다.
하크리니켄은 25년 된 다국적 회사로, 그동안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으나 이제부터 36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탈모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뉴욕에서는 지난 6월 미드타운의 코어 클럽 내에 클리닉이 문을 열었고, 8월에는 플로리다의 70개 산부인과를 통해 하크리니켄의 상담이 가능해졌다.(이 약의 사용자 5만여명 중에 75%는 여성이다)
최근 플로리다 주 탬파와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 힐스에 전초 기지를 세운 스코트는 앞으로 2년 내에 미국의 모든 주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께 이중 맹검법과 플라시보 조절로 이루어진 연구결과가 의학지에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탬파의 피부과 의사이며 하크리니켄의 메디컬 디렉터인 파노스 바실루데스는 말했다. 이런 학술 연구는 의사가 제품을 환자들에게 추천할 때 요긴한 자료가 된다.
한편 이 약에 대해 매서추세츠 제너럴 하스피틀의 모발학 혁신연구소장인 피부과 전문의 메리안 세나는 많은 환자들이 이에 관해 물어오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하크리니켄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의대 교수이기도 한 닥터 세나는 “돈이 아깝지 않은 제품이라고 환자들에게 강력 추천할 수 있다면 나도 무척이나 좋겠지만 아직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라스 스코트는 하크리니켄의 제조 포뮬러는 20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며, 식물과 소젖에서 추출한 성분을 사용한 것이라는 것만을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에는 환자들이 이 약에 로게인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한 스코트는 그러나 점차 원료 액을 보강해 로게인을 쓰지 않고도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들에 따르면 다양한 식물에는 탈모 치료의 효과가 있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크리니켄의 성공은 사실 그 포뮬러와는 큰 관계가 없는 두가지 전략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닥터 세나의 지적이다.
하나는 환자들에게 약의 사용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사실 모든 치료에서 기대 효과가 나타나기에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이 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녀는 전했다.
회사 측은 먼저 하크리니켄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매일 빼놓지 말고 발라야 하는 투약요법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는 지를 묻고, 이를 성실하게 지킬수록 효과가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해 알려준다.
또한 고객들은 그동안 사용하던 헤어제품을 다 치우고 이 회사에서 만든 샴푸, 컨디셔너,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런 수칙은 환자의 심리적 효과도 노리면서 동시에 매출 효과도 올릴 수 있는 뛰어난 상술이라고 닥터 세나는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코트는 다른 제품을 사용하면 두피의 모공이 막혀 탈모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들은 정기적으로 클리닉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는 잔디가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 그만큼 굉장히 느리기 때문에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며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성미 급한 사람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기 방문을 통해 체크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이테크를 사용한 현미경 장비로 하크리니켄 사용자들의 두피에서 새로 나온 모발의 숫자를 세어주고 활성화된 모낭을 직접 보여주면 사용자들은 놀라고 기뻐하며 이 약을 계속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로게인 같은 탈모약의 사용자들도 너무 많이 중도에 포기하기 때문에 약이 제대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닥터 세나는 말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하크리니켄의 고객들 중 상당수가 아무 치료 없이 가만있어도 머리가 다시 자라나오는 여성들이라는 점이다. 여성 탈모증으로 피부과를 찾아오는 많은 여성들이 사실은 휴지기 탈모(telogen effluvium)를 겪고 있을 뿐이다. 이 증상은 임신이나 갑작스런 체중감소, 혹은 호르몬 약을 먹기 시작했거나 약을 끊었을 때 등의 특수 상황으로 인해 약 3개월 후에 머리가 많게는 60%까지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머리가 빠지는 기간이 일단 지나가면 다시 나오기 시작하는데 한달에 1센티미터씩 자란다”고 닥터 세나는 말했다. 자신이 임신 때마다 겪었던 증상이라며 환자들에게 자기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는 그녀는 “만일 내가 그때 탈모 치료제를 사용했다면 무엇이었든 기적의 약처럼 느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크리니켄의 고객들은 이 약이 좋은 점은 “기적을 일으킨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4개월 사용 후 솜털 같은 헤어가 올라오는 것을 본 플로리다주 아폴로 비치의 존 센텔라(35)는 “이 약을 쓰면 머리 전체가 다시 자라난다고 선전하지 않습니다. 그저 30%는 보장한다고 말하지요. 바로 그래서 신뢰가 가고 마음도 편안해서 한번 시도하려는 결심을 하게 됐답니다”
탈모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다. 미국 탈모 제품 시장은 36억 달러에 달한다. <그림 Cannaday Chap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