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미디어 기술로 주목받던 가상현실(VR)이 더딘 기술 진보와 전용 콘텐츠의 부족으로 주춤하고 있다.
반면 현실세계의 모습 위에 정보를 겹쳐 주는 증강현실(AR) 기술은 애플의 아이폰 차기 모델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장세에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26일 KT경제경영연구소의 ‘2017년 상반기 모바일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IT 시장조사기관 IDC의 조사에서 올해 1분기 전 세계 VR 단말 출하량은 224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69.7%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가인 전용 단말 가격 역시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사용자층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VR 단말 제조사들은 최근 가격 인하에 나섰다.
HTC는 “이번 가격 인하는 VR 경험의 대중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 달 공개될 아이폰8(가칭)이 AR 플랫폼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VR 업계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가상 세계에 사용자를 밀어넣는 VR과 달리 AR은 현실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VR보다 이용자의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고성능 기기와 강력한 플랫폼을 결합한 ‘홀로렌즈’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융합한 혼합현실(MR)을 추구하고,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이 주요 IT 업체들과 손잡고 AR 플랫폼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모바일 앱 투자은행 디지 캐피탈은 모바일 AR 단말 사용자 수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해 내년에는 모바일 VR 단말 사용자 수를 추월하고, 2021년에는 4천6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매출 규모는 2021년 약 820억달러(92조원)로 VR 시장의 3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 아이폰의 10주년 모델인 아이폰8에는 카메라·모션 센서·GPU 등을 이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고해상도의 가상 이미지를 배치하는 AR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KT경제경영연구소 보고서는 “애플이 AR 플랫폼을 탑재한 아이폰8을 출시하면 AR로 관심이 쏠리면서 VR 단말 시장의 성장이 정체될 수도 있다”며 “내년은 VR이 AR에 밀려 소비자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느냐가 결정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