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다녀온 직장인 74%가
무기력감·의욕 상실 호소
낮잠 피하고 틈틈이 스트레칭
생체 리듬 회복에 큰 도움
후유증 2주 이상 이어지면
병원 찾아 정확한 원인 밝혀야
최근 휴가를 마친 직장인 이모씨는 졸리고 온몸에서 맥이 빠져 있다. 온종일 멍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씨처럼 더위와 열대야를 피해 바캉스를 다녀와 뜻하지 않은 질병과 무기력감, 피로를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 같은 ‘휴가 후유증’은 휴가 기간에 맞춰졌던 생체리듬이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지난 12일 포털사이트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597명 가운데 74.4%가 '무기력감과 업무 의욕 상실'을, 68.1%는 '피로감과 체력부진'을 호소했다.
대부분 하루 이틀이면 생체리듬이 휴가 이전 상태로 대부분 되돌아오고 1∼2주면 완전히 회복된다. 하지만 몇 주 동안 극심한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일에도 지장을 받는 이도 적지 않다. 방치하면 만성피로, 우울증 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평소 생체리듬을 되찾자
생체리듬은 몸의 활동에서 일어나는 주기적인 변화다. 각성ㆍ수면주기ㆍ신체 활동ㆍ식습관 등의 작용을 포함한다. 생체리듬이 원활하게 작동되는 이유는 멜라토닌ㆍ코티솔 등의 호르몬 분비와 자율신경 균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에 분비돼 수면을 돕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은 낮에 많이 분비돼 각성작용을 맡는다.
그런데 휴가 기간에는 불규칙한 생활과 음주, 해외여행 시 시차적응 문제 등으로 생체리듬은 혼란을 겪는다. 휴가지에서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패턴을 보냈다면 휴가 후에도 밤에는 멜라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불면에 시달릴 수 있다. 반대로 낮에는 코티솔 분비에 이상이 생겨 피로와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불안정한 생체리듬과 호르몬 분비 불균형으로 기초 대사량과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몸의 항상성이 떨어지면서 만성 피로는 물론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백혜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따라서 휴가 후 1~2주 정도 생체리듬을 휴가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근육 경직 푸는 스트레칭이 가장 좋아”
휴가 복귀 후 우선 평소 수면 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낮잠은 피해야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다. 또 휴가 동안 많은 활동량으로 경직된 근육은 틈틈이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을 해 준다. 집에서는 반신욕이나 가벼운 마사지를 하는 것도 좋다.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 같은 유산소 운동은 활성 산소 제거 효과가 있어 노화를 막고 활력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 근력 운동과 병행하면 근육량과 기초 대사량 증가로 면역력이 높아지면서 생체 리듬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많이 사용했던 관절 부위는 휴가를 마치고 귀가해도 통증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며 “휴가 후유증 해결법으로 과다 사용해 생긴 근육 경직을 풀 수 있는 스트레칭이 가장 좋다”고 했다.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 되는 제철 과일과 채소를 섭취해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수분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는 피로 회복과 면역력 향상,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수박 자두 복숭아 같은 제철 과일과 면역력을 높이는 토마토, 비타민C가 풍부해 피로와 갈증 해소에 좋은 오이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 술과 커피 및 기름진 음식은 위에 무리가 가고 영양소 섭취를 방해하므로 삼가야 한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질환을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피로회복제를 과다 복용하거나 무조건 휴식만 취하면 오히려 몸의 항상성을 떨어뜨리고 병을 키울 수 있다. 백 과장은 “휴가 후유증이 2주 이상 이어지거나 원인 불명의 피로 통증 소화불량 감기 등이 나타나면 단순한 후유증이 아니라 다른 원인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질환을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직장인 가운데 75% 정도가 휴가를 마친 뒤 무기력ㆍ업무 의욕 상실 등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