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샬러츠빌 이후 미 전역 역사지우기‘몸살’

미국뉴스 | | 2017-08-22 19:19:16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주정부들 인종주의 흔적 지우기 적극

미국인 62%“역사 파괴 반대”여론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남부연합의 명장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철거에 반대한 폭력 시위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후 미 전역은 ‘역사 지우기’ 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짧은 역사로 인해 남북전쟁의 상처마저 보존하자던 미국인들의 민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증폭된 인종ㆍ계층간 갈등에 부딪히면서 인종주의의 상징이 되어 버린 남부연합 영웅들의 자취가 하나둘 뽑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백인우월주의에 반대하는 여론은 동상에 이어 남부연합기 모양을 연상시키는 것이라면 무조건 ‘근절’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극우주의자들은 “무참히 역사를 지우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남부연합 기념물들에 대한 척결 작업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메릴랜드주 주의회 운영위원회는 17일 애너폴리스 주 의사당 앞에 있는 로저 태니 전 연방 대법관의 145년 된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하자마자 18일 새벽 철거 노동자들이 작업을 개시했다. 태니 전 대법관은 1857년 “노예는 재산에 불과하다” “흑인은 미국 시민으로 간주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인물로, 그의 판결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당선과 노예해방선언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앞서 17일 새벽 볼티모어에서도 태니 전 대법관 동상과 다른 남부 기념물 3개가 캐서린 퓨 시장의 지시로 철거됐고, 같은 날 뉴욕 브루클린에서도 리 장군을 기념하는 명판이 치워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서는 지방법원 앞마당에 서 있는 남부군 병사상이 반파시스트 시위대의 난입으로 파괴됐다.

18일에는 샬러츠빌 시장이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에게 리 장군 동상을 합법적으로 철거할 수 있는 절차를 위한 주의회 긴급회의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뉴욕에선 당국이 적극적으로 남부연합의 흔적 지우기에 착수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뉴욕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는 타임스스퀘어역에서 40번가로 이어지는 지하철 통로 벽의 ‘남부연합기’를 연상시키는 타일을 모두 교체할 계획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리 장군 등의 이름을 딴 브루클린 군사기지내 거리 이름도 바꿔달라고 군 당국에 요청했을 정도다. 이밖에도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포함해 곳곳에서 남부 기념물에 대한 철거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남부 기념물 철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의 흑인 교회 총기난사 사건으로 촉발된 바 있다. 당시 범인 딜런 루프가 남부연합기를 자신의 범행 상징물로 이용한 것이 알려지자 남부 기념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운동이 불붙었다. “노예제와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싸운 집단의 상징물을 존속시키는 것은 오늘날 미국의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이유다.

그러나 ‘역사의 흔적’을 무작정 파괴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위터를 통해 “아름다운 동상과 기념물이 제거되면서 위대한 미국의 역사와 문화 일부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부 기념물 철거 반대는 트럼프만의 의견이 아니다. 폴 르페이지 메인주 주지사는 “남부 기념물을 없애는 건 9ㆍ11 테러 기념물을 없애는 것과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 공영 NPRㆍPBS방송 공동여론조사에 응답한 미국인 62%는 남부 지도자 동상을 ‘역사적 상징물’로 남기는 것을 지지했다.

인종주의를 둘러싼 갈등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일 보스턴에서 진행된 인종차별 규탄 집회에는 1만5,000여명이 집결해 반 나치와 반 파시즘을 부르짖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시위대에 대해 트위터에서 “보스턴에 수많은 반 경찰 선동자들이 모인 것 같다”라며 은근히 비하했다.

 

 

샬러츠빌 이후 미 전역 역사지우기‘몸살’
샬러츠빌 이후 미 전역 역사지우기‘몸살’

19일 보스턴에서 열린 일종차별 규탄 집회 당시 인근에서 모인 보수 성향 반발 집회 참가자가 경찰과 시큐리티가드의 제지를 받고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생활비 부담에…“병원치료 미루고 끼니까지 걸러”
생활비 부담에…“병원치료 미루고 끼니까지 걸러”

절반, 경제적 어려움 호소투잡 뛰고, 휴가 포기까지주택 소유주, 더 부담느껴  미국인들이 높은 주택 가격과 렌트비 부담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에 필요한 병원치료를 미루고 끼니까지 거

“해외 영주권자 사회복무요원도 귀가여비 줘야”

권익위, 병무청에 제도개선 의견 전달 미국 등 해외 영주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스스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사회복무요원에게도 현역 병사와 동일하게 소집해제 시 귀가 여비를 지급해야

“두경부암, 담배·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발생”
“두경부암, 담배·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발생”

두경부란 눈·뇌·귀·식도를 제외한 구강, 구인두, 후두, 하인두, 비인두, 갑상선, 침샘 등을 통칭한다. 특별한 징후 없이 목소리가 변하거나, 목의 통증, 입속 궤양이 3주 이상

잡음이 끊이지 않는‘개정 FAFSA’… 혼란 언제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개정 FAFSA’… 혼란 언제까지

대학 입학 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등록을 마친 수백만 명의 학생은 현재 학생 본인이 부담해야 할 최종 학비가 얼마나 될지 계산하느라 바쁠 것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의 학자금 마

실명 주원인 당뇨망막병증, 10년 새 41.8% 증가
실명 주원인 당뇨망막병증, 10년 새 41.8% 증가

눈 망막은 사물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신경 막이다. 빛을 감지해 시각 정보를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해 색깔과 사물을 구별할 수 있게 한다. '당뇨망막병증(diabetic r

시도 때도 없이 복통·변비·설사 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복통·변비·설사 하는데…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운동·휴식·지중해 식단 치료에 도움 <사진=Shutterstock>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의 기능성 질환 중 하나다. 생명을 위협하는

폐암처럼 5년 이내 50% 사망…‘심장 질환 종착역’
폐암처럼 5년 이내 50% 사망…‘심장 질환 종착역’

■ 심부전 심부전(heart failure)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이 온몸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숨 차고, 붓는 증상이 나타나고 반복적으로 입원하면서 삶의

25년 만에 짜장면보다 싸진 스타벅스 커피...이래도 '된장녀'라고 모독합니까?
25년 만에 짜장면보다 싸진 스타벅스 커피...이래도 '된장녀'라고 모독합니까?

스타벅스의 역사 ‘이용재의 식사’ 연재를 하며 여태껏 스타벅스의 역사를 다루지 않았다니. 필자인 내가 더 놀랐다.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및 카페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납세 증명서 없어도 OK…해외 이주 신고 편리해졌다
납세 증명서 없어도 OK…해외 이주 신고 편리해졌다

해외이주법 시행령·규칙동포청, 현실 맞게 개정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은 결혼이나 취업 등으로 해외에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해외이주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현실에

한국 휴대폰 없어도 ‘본인 인증’
한국 휴대폰 없어도 ‘본인 인증’

10월중 비대면 신원확인 서비스 추진주민등록번호 있는 재외국민전자상거래 등 디지털서비스 이용 가능 오는 10월부터 한국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재외국민은 한국 휴대전화가 없어도 전자상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