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만감 적어 더 먹게 되고
설탕 함량 높아 혈당 급상승
주소비층인 성장기 청소년에
칼슘 부족·비만 부르는 원인
소화할 때 소비열량 많이 필요
‘네거티브 칼로리’ 음식 섭취를
#직장인 김모(30ㆍ여)씨는 지난 봄부터 다이어트에 열심이다. 김씨가 택한 다이어트는 하루에 일정 칼로리 이내 음식만 먹는 방법이다.
평소 단것을 즐기는 김씨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과자 쿠키 음료 등의 칼로리까지 계산하면서 소량 섭취하는 것으로 식사를 대체했다. 김씨는 3개월간 이 다이어트법을 꾸준히 실천했지만 몸매에는 별 변화가 없었고 몸무게마저 늘었다. 그제서야 다이어트 방법에 문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씨처럼 “일정한 칼로리 이내로만 먹으면 살이 빠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칼로리 계산까지 하면서 다이어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이 다이어트 식단을 살펴보면 칼로리만 있고, 영양가가 없다는 점이다.
이선희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수석상담영양사는 “칼로리만 있고 영양가가 없는 음식을 ‘엠티 칼로리(Empty Calories)’ 음식이라고 부른다”며 “이런 음식으로만 다이어트하면 체내에 지방이 과다 축적될 뿐 아니라 영양부족까지 초래한다”고 했다. 적게 먹는 것만이 다이어트의 답이 아니다. 적게 먹더라도 영양구성을 꼼꼼히 따져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지방 축적하는 ‘엠티 칼로리’, 다이어트의 적
엠티 칼로리라는 단어를 보면 칼로리가 없는 음식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어는 칼로리만 있고 영양가가 없는 음식을 지칭한다. 비스킷류, 케이크, 탄산음료, 술 등 주로 당, 지방 등으로만 영양소가 구성된 음식이 엠티 칼로리 음식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포만감이 적어 다른 음식을 더 먹게 돼 다이어트 식단으로 적절치 않다. 또한 과자, 빵 등 설탕 함량이 높아 곧바로 체내에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높인다. 다른 탄수화물까지 지방으로 바꿔 체내 지방을 증가시킨다. 탄수화물 대사는 비타민B와 무기질이 필요하다. 그런데 엠티 칼로리 음식엔 이런 영양소가 적어 비타민B 부족으로 피로도 누적될 수 있다.
변아리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방, 당 함유가 높아 영양소가 불균형한 엠티 칼로리 음식을 장기간 먹으면 내장 지방이 축적돼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며 “게다가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대사장애로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관절염 등에 걸릴 위험도 높다”고 했다. 변 교수는 따라서 “당과 지방으로 가득한 가공식품을 최대한 멀리하고, 포만감을 주고 건강에도 좋은 섬유질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가까이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칼슘 섭취, 권장량의 ‘절반’ 불과
엠티 칼로리 음식의 주 소비층은 성장기 청소년이다. 청소년기에는 성장이 급격히 진행되는 시기라 먹고 뒤돌아서면 또 배가 고파질 정도로 몸에서 소비하는 열량이 높다. 하지만 학업으로 인해 아침식사를 거르고 간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빈번하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먹는 간식이다. 이들은 주로 슈퍼와 편의점에서 간식을 구매하며, 이때 영양보단 가격과 맛을 고려해 빵과 스낵, 탄산음료 등의 엠티 칼로리 음식을 택한다는 것이 조사에서도 드러났다(한국교육문제연구소).
엠티 칼로리 음식을 자주 간식으로 먹으면 쉽게 피로해지고, 비만이 될 위험도 높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칼슘 섭취량은 492㎎으로, 1일 칼슘 권장섭취량(800~1,000㎎)에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이들 음식에는 성장기에 필요한 칼슘이 적어 결국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평생 뼈 건강을 좌우하는 성장기 청소년이 이런 음식을 줄이려면 5분 일찍 일어나는 등 노력을 통해 하루 세끼 모두 챙겨 먹고,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포만감이 높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고단백, 고칼슘 음식 위주로 식단을 꾸려야 한다. 간식이 꼭 필요하다면 우유, 치즈, 견과류와 같은 양질의 간식을 먹이는 게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어린이를 위한 고열량ㆍ저영양식품 판별 사이트(www.mfds.go.kr/jsp/page/decision.jsp)를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변 교수는 “음식을 선택할 때 열량보다 당과 지방,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얼마나 잘 구성돼 있는지 고려해 적정 수준 이내 당과 지방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성별, 연령, 체중, 활동량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영양학회는 첨가당은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각각 8%, 1% 미만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네거티브 칼로리’ 음식, 다이어트 도움
열량만 높고 영양가는 텅 빈 엠티 칼로리 음식의 반대인 음식도 있다. 바로 ‘네거티브 칼로리(Negative Calorie)’ 음식이다. 소화할 때 소비하는 열량이 음식 자체 열량보다 높아 살 빠지는 음식을 말하는데 ‘마이너스 칼로리’ 음식이라고도 한다. 사과 오이 샐러리 토마토, 브로콜리 등이 대표적이다. 체중 감량 시 네거티브 칼로리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면 건강한 영양소를 섭취해 체중 감량으로 쉽게 떨어질 수 있는 면역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빠른 체중 감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네거티브 칼로리 음식만 지속적으로 먹으면 특정 영양소만 섭취하게 돼 영양 결핍을 초래할 수 있고, 식단이 단조로워 다이어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골고루 섭취하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다이어트의 친구 ‘네거티브 칼로리’ 대표 음식 5가지
1. 사과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 해소에 도움될 뿐만 아니라,
식후 포만감을 늘려 다이어트에 좋다. 분해가 복잡한 다당류 비율이 높아
식욕 억제 효과가 있다. 칼슘 배출을 억제하는 칼륨도 풍부해 뼈를 튼튼하게 한다. 여성, 중ㆍ장년층에게 좋다.
2. 오이
100g 당 9㎉ 정도로 칼로리가 적은 대표적인 네거티브
칼로리 음식이다. 포만감이
풍부해 식전에 먹으면 식사량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오이에 함유된 이케르시트린 성분은 이뇨 작용이 있어 몸을
정화해 몸 속 수분 균형을 잡아주고 부종 예방에 탁월하다.
3. 샐러리
지방 함유가 적고, 섬유소가 풍부해 변비와 비만 해소에 효과적이다. 또한 멜라토닌이 있어 스트레스와 불면증
해소에 도움된다.
샐러리에 있는 비타민은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배출한다.
4. 토마토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
식품 중 하나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단에 빠지지 않는 단골 식품이다. 비타민C가
풍부해 스트레스와 바이러스 저항력을 높여 준다.
칼륨이 풍부해 몸 안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5. 브로콜리
레몬의 2배에 해당하는
비타민C, 시금치의 4배에 해당하는 칼륨이 들어 있다.
브로콜리에 있는 비타민 E는 노화 방지 효과가 있고,
섬유소가 풍부해
변비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