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도박, 게임, 마약 등 4대 중독에 빠져있는 우리나라 국민은 700여만명. 이렇게 우리 사회 깊숙이 중독이 침투해 있지만 아직도 마음만 먹으면 극복 가능한 증상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중독은 뇌 구조와 기능이 손상된 ‘뇌 신경질환’인 만큼 국가와 사회 차원의 적극적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독 전문가 단체인 ‘중독포럼’은 최근 발간한 ‘중독, 100가지 오해와 진실’ 보고서를 통해 중독은 뇌 기능과 구조를 손상시키는 뇌 신경질환이라고 진단했다. 9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알코올중독자는 225만명, 인터넷(게임)중독자는 268만명, 도박중독자는 206만명, 마약중독자는 12만명으로 국민 7명 가운데 1명이 4대 중독에 빠져있다.
보고서는 “술, 담배, 마약과 같은 물질중독과 도박, 인터넷게임과 같은 행위중독은 모두 동기와 연관된 쾌락중추 및 이를 조절하는 전두엽 등 뇌 부위에 이상이 발생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다짐에도 상당수 중독자들이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뇌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코올중독이 대표적이다. 정상인과 알코올중독자의 뇌를 비교한 결과, 알코올중독자의 뇌는 현저하게 뇌 세포가 위축되고 부피도 감소했다. 알코올중독자는 실제 음주를 하지 않고 단지 음주와 관련된 자극만 줘도 대뇌보상회로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뇌의 기능적 변화가 일어났다.
도박중독자의 뇌에서도 기능 이상이 발견됐다. 미국에서 남자 도박자 10명과 정상인의 뇌를 촬영한 결과 도박중독자는 쾌락중추 앞머리에서 기능적 이상이 발견됐다. 게임중독의 위험성은 프로게이머와 게임중독자의 뇌 구조변화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보고서는 “게임중독자는 프로게이머에 비해 통제력을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진 앞쪽 대상피질이 작은 반면 쾌감에 반응해 집착하는 시상부분이 커져 있었다”고 밝혔다.
중독포럼은 “4대 중독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109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개개인의 의지에만 맡겨서는 해결되기 힘든 만큼 국가가 나서서 종합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