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위험 적어도 의사 권유
불필요 검사로 의료비 상승
오진 스트레스“남용 줄여야”
일정 나이를 넘어서면 의사들은 몇가지 암 검사를 정기적으로 할 것을 권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검사다. 조기발견으로 치유가 가능한 암들이다.
여성들은 매년 매모그램 검사를, 남성들은 PSA 검사를 받도록 권장된다. 그러나 위험 인자가 없는 사람들이 계속 암 검사를 받는 것이 과연 좋은지 생각해볼 문제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 고령에도 매년 결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든가,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낮은 남자가 계속 PSA 테스트를 받는 것은 건강상 혜택보다 해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잘못된 권유는 미국의 의료비용에 부담을 안길 뿐 아니라 모든 검사는 일정 비율 잘못 판독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매모그램에서 병변(lesion)을 유방암으로 판독할 경우(이런 일이 드물지 않다) 이에 따른 환자의 심리적 스트레스와 조직검사 등 의료적 부담은 그 자체로 큰 리스크를 안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10회 이상 매모그램을 받은 여성들 중 거의 절반이 최소 한번은 잘못 유방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남자들은 PSA 테스트의 건수가 늘어나면서 전립선 조직검사의 숫자도 크게 증가했다. 또 결장암 내시경은 그 자체로 위험한 검사이며 특별히 내장 벽이 약하고 천공 위험이 있는 노인들은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은 왜 시간과 돈과 건강을 축내면서까지 필요도 없는 검사를 계속 받는 것일까?
주된 이유는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안심하는 것이 낫다는 보편적 믿음 때문이다. 조기 발견했으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을, 너무 늦게 발견해서 죽게 되는 일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만일’의 경우에 보게 될 혜택만을 생각하지 검사로 인한 해악은 고려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는 메디케어와 보험회사가 검사료를 내주기 때문이다. 매년 매모그램과 PSA 검사비를 지급해주는데 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바마케어는 2010년 9월 이후 헬스 플랜에 결장암 내시경 검사의 커버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메디케어도 위험 요인이 있는 50세 이상은 매 2년마다, 보통 사람은 매 10년마다 검사 비용을 커버해준다. (대장내시경은 실제로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진단뿐만 아니라 검사 도중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폴립이 발견되면 즉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채 암 검사를 직간접적으로 권장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검사가 쉽게 처방되고 지불되기 때문에 그 위험성과 이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남용되는 의료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의사가 검사를 권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환자가 암에 걸렸을 경우 조기발견을 못한 책임을 물어 소송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게다가 의사들 자신이 환자들만큼이나 암 검사의 이점을 강력하게 신봉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 암 학회와 미국 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는 55세 이상의 여성은 2년에 한번 매모그램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으나 최근 JAMA 의학지에 따르면 대다수의 의사들은 매년 받아야 한다고(75세 이상 노인도) 주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의 계속적인 암 검사도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 자주 암 검사에 노출되는 것은 이점보다 해악이 많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물론 의사들이 환자의 수명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고, 환자들도 얼마나 살지 모른다는 이유로 검사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럴 때 의사는 “이 검사를 해봐야 수명 연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기보다는 환자 건강상의 이유로 검사를 받지 않는게 좋겠다고 설득하라는 것이 학계의 고언이다.
암 발병 위험 인자가 없는 사람들이 매년 매모그램이나 PSA 검사를 받는 것이 과연 좋은지 생각해볼 문제다. <그림 Paul Rog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