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오래 참기, 코 막고 물 마시기 등
특효 있다는 민간처방 다 써봤지만 한순간뿐
근육수축에 목·위장·가슴통증까지
병원 처방약도 약효 떨어지면 소용 없어
여러 병원 전전… 뇌 단층촬영서 종양 발견
뇌 뒤쪽·척수서 자라는‘혈관모 세포종’판정
6시간 제거수술… 일주일 후 완전히 멈춰
딸꾹질은 귀찮고 거슬리는 증세이긴 해도 인체에 해롭지는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래 계속될 경우엔 병원에 가서 그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퀸스 지역에 사는 35세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3주전부터 거의 쉬지 않고 딸꾹질을 했다. 처음에는 약간 짜증스런 정도였다. 10~12초마다 움찔거리는 상체의 경련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자 가족 친구들은 다들 이를 멈추는 특효 처방을 내놓았고 그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해보았다. 숨 참고 있기, 찬물 마시기, 뜨거운 물 마시기, 코 막고 물 마시기 등등.
어떤 처방은 한동안 듣기도 했다. 그러면 드디어 딸꾹질이 멈췄다고 신나서 기뻐했지만 15~30분만에 다시 돌아와 딸꾹거리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근육수축으로 목, 위장, 가슴에 통증이 심해졌다.
그날 밤도 그는 죽은 듯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지난 3주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하고, 잠도 못잔 나머지 너무 지친 그는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다. 그를 바라보던 아내가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하자 그는 “나도 가고 싶은데 너무 피곤해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이미 응급실에 여러번 다녀왔다. 2주전 처음 로컬 병원에 갔을 때는 의사들이 딸꾹질에 잘 듣는다는 항정신병 약 클로르프로마진을 주었다. 그랬더니 기적처럼 딸꾹질이 멈췄다. 그러나 몇 시간 지나서 약 기운이 떨어지자 다시 시작됐다.
며칠 후 딸꾹질하면서 토하기 시작하자 이들은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들은 좀더 많은 클로르프로마진과 위산 억제제를 주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소용이 없었다.
또 며칠이 지났고 다른 E.R.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에 두 사람은 나소 카운티의 롱아일랜드 유대인 병원으로 갔다. 그곳의 의사에게 이제까지의 딸꾹질 역사를 다 이야기했다. 그는 다른 병력이나 문제가 없는 건강 체질이었다. 담배도 피지 않고 술도 안 마시며 복용하는 약도 없었다. 단지 2년전부터 왼손이 약간 저리고 둔하게 느껴지는 증상이 있을 뿐인데, 의사들 얘기론 목의 신경이 조이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의사는 그의 상태를 심상치 않게 보았다. 딸꾹질은 이유 없이 시작돼 한동안 계속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오래 멈추지 않을 때는 다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딸꾹질은 흉부와 복부를 분리하는 근육인 횡경막이 경련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대개 과식이나 역류, 혹은 횡경막이나 이를 관장하는 신경을 자극하는 다른 원인들에 의해 시작되곤 한다.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E.R. 닥터는 신경 문제 아니면 심지어 뇌에 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클로르프로마진 약과 함께 신경과 전문의 리스트를 주었다. 신경과 전문의와의 예약은 10일 후로 잡혔고, 응급실을 나온 이 남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 지치고 고통스러워서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그날 밤도 그렇게 죽은 듯이 누워있던 그가 다시 응급실을 찾았을 때 담당 의사는 마크 골딘이었다. 그는 의사에게 2년전부터 왼팔이 저리고 얼얼하던 증세가 갑자기 다른 쪽 팔까지 퍼졌다고 말했다. 다리도 감각이 무뎌져서 걷는데 문제가 있었다.
닥터 골딘이 진찰한 결과 그는 왼팔의 기능이 현저하게 저조했고 온몸의 반사작용이 비정상적인 것을 알게 됐다. 딸꾹질과 이상한 신경적 증상의 조합은 좋지 않은 징후였다. 뇌에 문제가 있거나 종양일 수도 있었다.
뇌 단층촬영 결과 뇌와 척추를 잇는 부분에서 작은 덩어리가 보였다. 그 덩어리를 둘러싼 뇌세포들도 다른 세포들과는 달라 보였다. 그러나 두개골 뒤쪽의 뼈에 가려서 뭐가 어떻게 된건지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었다.
M.R.I. 촬영을 하자 그 덩어리는 척수로 연결되는 액체 속에 올챙이 꼬리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골딘은 한번도 이런 걸 본 적이 없었다. 종양 집단인지, 다른 데서 전이된 암인지, 그냥 큰 단일 종양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골딘은 그날 담당 신경외과의사 아마드 라테피에게 전화를 걸었다. M.R.I. 결과를 들여다본 닥터 라테피는 즉시 알아보았다. 혈관모 세포종(hemangioblastoma),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혈관모 세포종은 뇌의 뒤쪽이나 척추 안에서 천천히 자라는 아주 드문 종양이다. 혈관을 키우면서 성장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얻기 때문에 그 부분에 혈관이 많아지고 종양은 붉은 오렌지색을 띄게 되어 주변의 회색 뇌 세포들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환자들이 느끼는 증세는 덩어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액체 낭포가 척수를 누름으로써 혈액의 흐름을 억제하고 신경 조직을 압박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이 환자의 경우는 딸꾹질과 함께 근육이 저리고, 마비되고, 약해졌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손상은 영구적이 되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결국 죽게 된다.
환자는 젊고 건강했지만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 전신마비 혹은 사망에 이를 확률도 높다고, 그러나 수술하지 않으면 더 위험하다고 닥터 라테피는 설명했다.
수술이 시작되자 라테피는 척추의 뼈 층을 살짝 들어내고 종양이 있는 곳으로 현미경을 집어넣었다. 거기서 척수를 보호하는 두꺼운 경뇌막을 자른 다음 척추를 이루고 있는 긴 섬유조직을 건드리지 않고 지나서 종양에 다달았다. 그리고 뇌와 연결된 섬유조직을 조심스럽게 분리시킨 다음 밝은 오렌지색의 구슬만한 종양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이 덩어리가 먹고 살았던 수많은 혈관들을 하나하나 잘라낸 다음 종양을 제거할 수 있었다. 수술은 여섯시간이 걸렸다.
다음날 아침 물리치료사 2명이 병실에 들어와 걸어보자고 했다. 두 사람이 그를 양쪽에서 붙잡았고 환자는 워커에 의지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간호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수술한지 24시간도 안 된 환자는 그렇게 병원 복도 끝까지 걸어갔다.
그는 5일후 퇴원했다. 딸꾹질은 한동안 계속됐다. 신경이 제자리를 찾는 동안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약보다 더 잘 듣는다는 트릭을 알려주었다. 혀 밑에 설탕 한숟갈을 머금고 있으면 다 녹을 무렵 딸꾹질이 멈춘다는 것이다.
그 트릭은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후에는 설탕을 쓰지 않았다. 아내가 그의 회복을 축하하기 위해 케익을 사왔기 때문이다. 딸꾹질이 나올 때마다 그는 케익 한 조각을 먹었고, 마침내 일주일이 지나자 딸꾹질은 완전히 멈췄다.
그것이 2년반 전의 일이다. 그 이후에도 딸꾹질이 나온 적이 한두번 있으나 설탕 트릭으로 감쪽같이 고쳤다고 한다.
딸꾹질은 이유 없이 시작돼 한동안 계속되기도 하지만 오래 멈추지 않을 때는 그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그림 James Joyce>
3주 동안 계속된 딸꾹질의 원인은 뇌의 뒤쪽에 자란 희귀 종양 혈관모 세포종 때문이었다.
<그림 James Joy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