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Macedonia)는 국토 면적이 남한의 27% 수준인 발칸 남부의 산악국가다. 경상북도보다 약간 넓은 면적에 200여만의 인구가 산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하면서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됐다.
여행지로서의 마케도니아는 인근한 크로아티아나 불가리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낯선 미지의 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도니아란 국명이 친숙하게 들리는 이유는 세계사를 주름잡은 알렉산더 대왕과 세계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의 고향이 바로 마케도니아이기 때문일 터다. 또한 러시아 및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들이 사용하는 키릴 문자의 발원지도 이곳 마케도니아다.
발칸의 예루살렘, 스코페
마케도니아의 수도는 스코페(Skopje)다. 바르다르 강이 도심을 관통하는 깨끗하고 세련된 현대 도시다.
스코페 하면 아직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동상이다. 스코페에는 유난히 동상이 많다. 동상의 이름이 키릴 문자로 표기돼 있어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가장 번화한 마케도니아 광장에 말을 타고 찌를 듯한 용맹을 보여주는 동상만큼은 누가 봐도 알렉산더다.
알렉산더 동상을 시작으로 도시를 지키기라도 하듯 용맹하게 서 있는 동상들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의 국민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국가적인 기틀을 마련하고자 엄청난 예산을 투자해 세웠다고 한다(과장 조금 보태 걸어다니는 사람 숫자만큼 동상이 많다).
스코페의 또다른 명물은 15세기 오토만 시대 술탄 메메트 2세가 건설한 스톤 브릿지다. 도시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이 돌다리를 경계로 신도심과 구도심이 나눠져 있다. 종교도, 인종도, 문화마저 신도심과 구도심이 판이하게 다르다.
현대적인 감각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한 신도심도 좋지만 수백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올드타운은 더욱 매력적이다. 다리 하나를 건너왔을 뿐인데, 현대 도시는 온데간데 없이 완전 새로운 모습이다. 오스만투르크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모스크, 여관, 시계탑, 터키식 목욕탕, 교회당, 그리고 수많은 상점과 음식점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그 시절의 풍성했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으며, 터키보다 더 터키다운 풍경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올드타운에는 발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적으로도 의의가 깊은 바자르가 위치한다. 현재 유럽에 남아있는 시장들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울퉁불퉁한 돌이 깔린 거리를 걷다 보면 터키식 커피 향기와 케밥 냄새가 진동한다. 아무래도 유혹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모로 시장통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케도니아의 보물, 오흐리드 호수
마케도니아에 가면 반드시 발자취를 남겨야 하는 곳이 바로 오흐리드 호수(Lake Ohrid)다.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의 자연 국경을 형성하고 있는 이 호수는 미주에서 오직 US아주투어를 통해서만 갈 수 있다.
먼 옛날 거인이 하늘에서 던진 꽃이 호수로 변했다는, 전설마저도 아름다운 오흐리드 호수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한없이 평화롭게 가라앉히는 순정이 있다. 2,800m 높이의 산과 바다 뺨치는 호수로 둘러싸인 오흐리드 마을은 일찍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79년)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1980년)으로 지정됐다.
오흐리드는 마케도니아의 여러 명소 중에서도 유럽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도시다. 올해에는 세계적인 여행 전문 매체 ‘론리 플래닛’이 발표한 여행하기 좋은 도시 5위에 당당히 올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꿈에도 그리던 오흐리드의 절벽 호숫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본다.
벼랑 밑으로 펼쳐지는 옥빛 풍경은 바다에 진배없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500만년 전 바다 밑이 솟구쳐 올라 만들어진 호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유럽에서는 가장 깊은 호수로 꼽힌다. 일 년 내내 얼지 않는 이 호수는 알바니아를 지나 아드리아 해로 흘러 들어간다.
최고 수심이 290m에 달하는 오흐리드 호수는 투명한 물빛 탓에 수십 m 아래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잉어, 장어, 송어 등의 물고기들이 주로 이곳에 서식한다. 또한 플라시차(Plasica)는 이곳 주민들에게 중요한 어류다. 튀겨 먹기도 하고 물고기 비늘로는 진주의 광택을 내서 기념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호숫길에는 성 요한 카네오(St. John Kaneo) 교회가 그림처럼 걸려 있다. 13세기에 요한복음의 저자, 성 요한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아담한 교회다. 오흐리드 호수를 내려다보는 절벽에 자리 잡아 숨 막히게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금방이라도 요정들이 튀어나올 듯 황홀한 이곳에서 영화 ‘비포 더 레인’(Before The Rain·1995년)이 촬영됐다.
교회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가면 9세기 말, 오흐리드의 수호성인인 성 클레멘트가 세운 성 판텔레몬(St. Pantelejmon) 수도원이 나온다. 이 수도원은 슬라브 민족 최초의 대학이었다. 수도원을 예배당과 글라골 문자를 가르치는 학교로 사용했다. 여기서 글라골 문자란 키릴 형제가 성경을 전달하기 위해 마케도니아의 토어를 기초로 만든 최초의 슬라브 문자다. 키릴 형제가 죽자 제자인 성 클레멘트 외 여러 성인들이 과업을 이어받아 글자를 완성했다. 그리고 키릴을 기리기 위해 키릴문자(Cyrillic alphabet)라 명명했다. 오늘날 키릴문자는 마케도니아인들의 자랑일뿐 아니라 발칸 국가 대부분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구 소련연방 국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언덕을 끝까지 올라 사무일왕 요새를 지나면 기원전 200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식 원형경기장이 나타난다. 현재는 아랫부분만 남아 있는데, 동전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음향 설계가 뛰어나 매년 오흐리드 여름 축제 외 다양한 공연이 이곳에서 열린다.
원형극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1295년 성모 마리아를 위해 세워진 성 보고로디차 페리블렙타(St. Bogorodica Perivlepta) 교회도 있다. 성 클레멘트의 유해가 안치되어 성 클레멘트 교회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스 십자 모양 평면 위에 작은 돌과 벽돌로 지은 교회로, 소정의 입장료를 내면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작업한 프레스코화도 볼 수 있다.
오흐리드에는 한때 365개나 되는 교회가 있었다고 한다. 소담한 교회들 사이로 웅장한 성 소피아(St. Sophia) 교회도 존재감을 뽐낸다.
오흐리드의 교회들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평화와 안식을 선사한다.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도시다.
유명 명소들을 바쁘게 돌며 기념사진을 남기는 여행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일상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힐링을 경험하고 싶다면 오흐리드가 제격이다.
마음 같아서는 며칠 더 이곳에 머물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오흐리드 호수를 벗삼아 유유자적하고 싶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수심이 깊은 오흐리드 호수. 투명하고 깨끗한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자리잡은 성 요한 카네오 교회의 절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의 중앙 광장에 위치한 알렉산더 대왕의 동상. 제작 비용만 1천300만달러로 높이 48피트, 무게 30톤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