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3명중 1명꼴 결핵균
보균자 10%가 발병
치료하면 90%까지 예방
약만 규칙적 복용해도 완쾌
간기능 손상 인터넷 괴담에
검진ㆍ치료 회피… 걸림돌
최근 서울 노원구 모네여성병원을 거쳐간 신생아ㆍ영아 80명이 잠복결핵으로 확인돼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 병원 신생아실 간호사가 활동성 결핵으로 확인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이 간호사가 근무한 기간(2016년 11월 21일~2017년 6월 23일) 신생아실을 거쳐 간 신생아 800여명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한 결과에서다.
발단은 지난 2005년 10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다. 과거에는 모든 근로자는 채용을 앞두고 건강진단을 의무적으로 받게 함으로써 사업주가 건강에 문제 있는 직원을 유해부서에 배치하지 않도록 고려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사업주가 건강진단으로 질병이 확인된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고, 2006년부터 채용할 때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해 보건당국의 감염병 예방정책에 헛점이 드러난 셈이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지만 아직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평소에는 증상이 없고 전염성이 없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활동성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휴화산’ 상태의 결핵이다.
성인의 경우 결핵균 감염자의 10% 정도가 결핵으로 발병한다. 잠복결핵이어도 치료를 받으면 60~90%는 예방할 수 있다.
반면 0~7개월 신생아의 경우 잠복결핵이 활동성 결핵으로 발현할 가능성은 30~50%로 높다. 또 활동성 결핵으로 발현됐을 때 12개월 미만 영아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결핵성 수막염과 속립성 결핵으로 갈 확률도 10~20%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결핵 발병 1위 불명예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얼마 전 발표한 ‘2016 결핵 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결핵 신규 환자수는 3만892명으로 2015년(3만2,181명)보다 1,289명 줄었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 신규환자 수인 ‘신환자율’도 60.4명으로 2015년(63.2명)보다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 발병 1위다. 최근 5년간 연평균 3만6,000명의 결핵 환자가 새로 생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결핵 환자 사망률은 3.8%로 높아 ‘결핵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결핵 감염률이 25~30%다.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몸 속에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1950년대 때부터 결핵이 폭발적으로 퍼져서다. 감염된 사람 가운데 결핵 환자로 진행하는 비율은 연간 0.08%(1만명 당 8명) 정도다. 이들이 아직 생존해 있기에 당분간은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려면 결핵 발생률이 높은 고령층 등 위험군에게 검진을 활성화해야 하고, 체계적인 잠복결핵 감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김희진 결핵연구원장은 “결핵은 약만 제대로 지켜 잘 먹으면 고칠 수 있는 병”이라며 “환자들이 약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런 불명예를 씻으려고 잠복결핵 예방ㆍ치료에 발벗고 나서 180여만명에게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병역판정검사 대상자(34만명)를 비롯, 의료기관 어린이집 복지시설 집단시설 종사자(38만명), 학교 밖 청소년(1만명), 고교 1학년생(52만명), 교원(15만명), 재소자(4만명)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달부터 실시하기로 한 만 40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자(64만명) 대상 잠복결핵 검진(인터페론 감마 분비검사(IGRA))은 무산됐다.
게다가 일부 의료인이 “잠복결핵은 실제 결핵으로 이어질 확률이 10%에 불과한데, 간기능 손상(간독성)이 되는 결핵약을 장기간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잠복결핵 검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잠복결핵 진단을 받더라도 부작용이 우려되면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인터넷 괴담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경만호 대한결핵협회 회장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당장 증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 위험을 간과하지 말고 미리 발견해 치료하도록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규칙적으로 약 복용하면 완쾌”
잠복결핵 진단법으로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TST)와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IGRA)가 있다. TST는 200여 항원으로 구성된 시약을 넣어 부어 오르는 정도로 결핵 감염 여부를 판정한다. 검사비는 상대적으로 싸지만, 국내에서는 영ㆍ유아기에 맞은 BCG 접종으로 위양성(false-positiveㆍ본래 음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잘못 나오는 것)이 높다. TST는 약물 주입과 붓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두 번이나 병원을 찾아야 한다. 위양성이 높아 결국 흉부 X선 검사를 다시 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비용이 더 든다.
IGRA(대표적으로 퀀티페론)는 결핵 특이 항원을 사용하므로 특이도가 상당히 높고, 위양성이 낮다. IGRA는 특이도와 민감도가 높아 더 정확하다. 위양성을 판단하기 더 정확하다. 재소자, 학생, 장기 요양시설 종사자 등 많은 사람을 검사하려면 IGRA가 훨씬 낫다. 퀀티페론과 같은 신뢰성 높은 IGRA를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하고 국제보건기구(WHO)가 권고하고 있다.
김 원장은 “결핵 치료에 가장 중요한 점은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라며 “증상이 나타나는 치료 초기에는 약을 열심히 먹다가 몸이 다 나은 것 같다고 생각되는 두 달 뒤부터 많은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게 문제”라고 아쉬워했다. 또한, 치료 초기에 전염성이 있을 때는 집에 머물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0~7개월 신생아가 잠복결핵이라면 활동성 결핵으로 발현할 가능성이 50%까지 이르기에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