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적 증가 불구 고위직 진출 막혀
멘토 부족·법조계 인종차별 여전
미국에서 한인들을 포함한 아시아계 변호사들이 소수계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등 법조계에서 아시아계가 크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로펌 파트너 등 고위직 진출은 드물고 아시아계 변호사에 대한 인종차별이나 편견이 여전히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캘리포니아 대법원의 굿윈 리우 대법관은 지난 23일 LA타임스 기고를 통해 아시아계 변호사들의 수적 증가 등 양적 성장세는 두드러지지만 이같은 질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아시아계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리우 대법관이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90년 미국내 아시아계 변호사의 수가 1만 명 선이던 것이 현재에는 5만 명이 넘어 숫자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로스쿨에 다니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수도 1986년 약 2,300명 수준에서 지금은 7,000여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내 주요 대형 로펌에서 아시아계 변호사들이 가장 큰 소수계 그룹으로 자리하고 있음에도 파트너까지 올라가는 등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숫자는 아시아계가 여전히 가장 낮고, 법원이나 검찰 고위직으로의 진출도 여전히 미미하다는 게 리우 대법관의 진단이다.
또 리우 대법관과 예일 법대 학생들이 공동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계 변호사들이 승진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멘토의 부족과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 및 차별적 인식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의 아시아계 변호사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5%는 부모가 법조계에 종사하지 않는다고 답해 가이드를 제공할 가족이나 친지의 도움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법조계에서 아시아계가 느끼는 차별이나 스테레오타입 등 장벽도 높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에 따르면 아시아계 변호사들은 매우 열심히 일하고 업무 스킬은 뛰어나지만, 리더십이나 창의력 및 대인 관계, 호감도 등 면에서는 다른 인종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다.
또 비 아시안 법조인들이 법정에서 아시안 변호사들을 같은 변호사로 보지 않고, 특히 여성 변호사들의 경우 통역사나 의뢰인, 심지어 의뢰인의 여자친구로 오해를 받는 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