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면음료’가 인기다. 수면음료 업체들은 ‘숙면을 원할 때 언제든지 마셔도 좋다’고 유혹하고 있다.
“음료수라 수면제보다 효과가 낮지만 쉽게 구할 수 있어 잠이 오지 않을 때 애용하고 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면음료가 허브차 수준의 탄산음료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수면음료의 주 성분은 아미노산 일종인 테아린으로 국내에서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인정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테아린의 효과는 수면유도가 아닌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완화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테아린은 근육을 이완해 기분을 가라앉히는데 도움 줄 수 있지만 수면유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면음료에는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바레리안 뿌리 추출물’도 들어 있다. 뇌에는 신경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GABA 수용체’가 있는데, 수면음료에 함유된 바레리안 뿌리 추출물이 GABA 수용체를 활성화해 수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GABA 수용체를 활성화해 수면을 유도하려면 수면제와 같은 성분이 있어야 한다”며 “수면음료는 허브차 같은 음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면음료에 케모마일 추출물 등 식물성 성분이 들어 있지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지현 약사는 “수면음료에는 식물성 성분이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 없어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며 “식물성 성분이 제대로 들어있는지, 수면제 성분이 혼합돼 있는지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약(플라시보) 효과도 경계해야 된다. 김양현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드물지만 수면음료를 마시면 잠을 잘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며 “수면음료를 수면제로 착각해 장기적으로 마시는 걸 삼가야 한다”고 했다. 이 약사는 “수면음료를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함께 먹으면 수면효과가 강하게 작용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수면음료는 수면유도를 기대하기 힘든 허브차 수준의 음료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