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미숙 탓 검진, 의료혜택 못 받아
간단한 건강검진도 어려운 의학용어
"한인병원선 한글표기 늘려주었으면 "
한인들이 제대로 된 건강검진과 의료진료를 받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아닌 언어적 한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부지역에서 열린 한인건강컨퍼런스에 참석한 전국의 한인 의료계 관계자들은 한인들이 직면한 가장 큰 건강문제는 언어의 한계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USC의 앤드류 윤 교수는 당뇨를 앓고 있는 65세 한인 여성이 경험한 어려움을 소개하며 "여러 한인들이 영어 실력 부족으로 어느 곳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지 모르고, 메디켈 혜택이 가능한지, 어떤 보험 혜택이 있는지, 소셜 어시스턴스는 어떤 게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진료를 받아야 하는 해당 분야에 한인 의사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의료분야의 경우에는 간단한 진료를 받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운동 중 발목 부상으로 인해 최근 정형외과 진료를 받았다는 스와니 거주 중년남성 김모씨는 "애틀랜타에서 한인 정형외과 의사를 찾을 수 없었다"며 "통증은 심한데 영어가 미숙해 의사전달이 힘들었으며, 증상 설명조차 잘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의사의 설명과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해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영어가 나름대로 익숙한 한인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검진 및 진료 시 쓰이는 영어는 대부분 전문적인 의학 용어가 많아 한인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둘루스 거주 중년 여성 고모씨는 "의사소통이 되더라도 의학 용어로 설명하면 이해가 어렵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간단한 건강검진도 대부분의 한인들에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모 한인병원에서건강검진을 받은 뒤 그 결과를 우편으로 받아 봤다는 한 한인 주부는 “영어를 어느정도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검진 결과 보고서를 보니 거의 그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보고서 역시 어려운 의학용어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 주부는 “한인병원만이라도 한인들의 이해를 위해 건강검진 결고 보고서 정도는 한글로 표기해 내 증상이나 건강상태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인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