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데 불편 없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며
항공사 이미지 살려야
보통 2~3년 걸리는 작업
오래 전 비행기 여행이 흔치 않았던 시절, 항공사 유니폼은 매혹의 상징이었다. 비행이라는 호사스런 경험을 반영했다.
비행기 여행이 일반화 한 지금 항공사 유니폼은 실용적인 필요을 반영한다.
항공사 이미지를 잘 반영하는가? 누가 입어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인가? 입고 일하기 편한가? 등이 고려된다. 이런 조건들 맞추기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항공사가 유니폼 한번 바꾸려면 디자인 팀이 가동된 후 보통 2~3년이 걸린다.
항공사들이 승무원 유니폼을 바꾸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다. 그래서 미 국내선 항공사들 중에는 수십년 째 유니폼이 그대로인 케이스가 여럿이다.
지난 9월 새 유니폼을 소개한 아메리칸 항공은 통합의 이미지가 필요해서 유니폼을 바꾸었다. 지난 2013년 US 에어웨이를 합병한 후 승무원들의 유니폼이 다른 것이 좀 문제가 되었다. 한 회사로 통합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유니폼이 다르니 아무래도 서로 간 장벽 같은 것이 생기는 분위기였다.
새 유니폼이 나오자 변화가 느껴졌다고 아메리칸 항공의 글로벌 마케팅 담당 브레이디 번스 국장 말한다.
항공사 유니폼 디자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니폼 한번 바꾸는데 보통 2~3년, 때로는 더 긴 시간이 걸린다. 델타 항공의 공항 고객 서비스 담당 에크렘 딤빌로글루 국장은 준비 기간이 대단히 길다는 데 동의한다.
델타는 유니폼을 바꾸기로 하고 지난 2015년 패션디자이너 잭 포즌에게 새 유니폼 제작을 문의했다. 그리고 나서 델타의 6만명 직원들은 오는 2018년 새 유니폼을 입게 된다. 근 3년이 걸리는 것이다. “100만 개가 넘는 옷을 만드는 일”이라고 딤빌로글루 국장은 설명한다.
디자인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항공사 유니폼은 다양한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무원이 입은 원피스가 겉보기에는 다른 원피스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사용한 천이며 절개선 등이 시험에 시험을 거쳐 결정된 것이다. 승무원이 머리 위 수납장으로 트렁크를 올리는 것부터 주방에서 쭈그리고 앉는 동작 등 광범위한 움직임을 불편 없이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단한 육체노동이다. 구부리고 뻗고 움직여야 한다”고 번스는 승무원의 일에 대해 말한다.
활동에 편한 소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지난 달 새 유니폼을 소개하며 가장 중시한 항목이다. 4만2,000여 직원들이 입는 새 유니폼 소재로 사우스웨스트는 폰테라는 직물을 선택했다고 소니아 라코어 기내 운영담당 부사장은 말한다. 폰테는 무게감 있는 니트에 신축성을 약간 추가한 소재이다.
유니폼은 또 길에서 사는 삶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얼룩이 잘 묻지 않고 쉽게 구겨지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호텔 싱크에서라도 빨아 입을 수 있는 소재여야 한다. 아울러 비행기가 여름인 마우이에 기착하거나 겨울인 미네소타에 도착하거나 입는 사람들에게 편해야 한다.
유니폼 소재와 디자인이 결정되고 나면 항공사들은 시험 착용 과정을 거친다. 아메리칸 항공은 대략 50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 착용을 해서 불편한 점들을 상세히 알아봤다. 예를 들어 처음 나온 원피스는 등 뒤에 지퍼가 있는 디자인이었는데 승무원들이 입어본 결과 뒤로 손을 뻗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지퍼 대신 앞에 단추를 달기로 했다.
델타 역시 1,000명 직원들을 대상으로 착용 테스트를 한 후 설문조사, 내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의견을 구했다. 디자인 팀은 비행기에 직접 타고 승무원들의 동선을 관찰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유니폼 디자인을 대략 160번 정도 바꾸었다고 딤빌로글루는 말한다.
포켓도 유니폼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포켓을 어디에 몇 개나 어떤 모양으로 달지가 중요하다고 항공사 관계자는 말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셔츠의 길이. 승무원이 머리 위 수납장으로 손을 뻗어도 셔츠가 겉으로 빠져나오지 않을 정도로 길어야 한다.
사우스웨스트는 새 유니폼을 정하면서 기존의 반바지 유니폼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없앨 지를 두고 고심을 했다. 반바지는 사우스웨스트의 가장 특징 있는 유니폼이다.
“상당한 토론이 있었어요. 사우스웨스트가 취항하는 곳 중 아주 많이 곳들은 연중 더운 곳이기 때문이지요.”
라코어는 말한다. 사우스웨스트는 직원들이 입어서 편한 유니폼을 원했고, 직원들은 반바지야 말로 입어서 시원하고 편한 옷이라고 강조했다.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의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어떤 체형의 사람이 입어도 보기에 좋아야 한다는 것. 사우스웨스트 새 유니폼 제작에 참여한 신타스의 디자이너 캐롤라인 바텍은 2~3가지 단색을 매치시킨 디자인을 추천한다. 운동선수 같이 경쾌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니폼을 일정 스타일로 정하기보다 세트로 제작해 승무원들이 이리 저리 맞추면서 다양하게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 추세라고 그는 말한다.
긴 시험과정을 거쳐도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터지곤 한다. 아메리칸 항공이 새 유니폼을 배포한 후 직원들로부터 여러 불평들이 터져 나왔다. 합성모직 제품의 새 정장 유니폼을 입고 나서 피부에 발진이 생겼다거나 호흡곤란을 경험했다는 등 건강관련 문제들을 호소했다.
비행기 승무원 협회에 다르면 새 유니폼을 입고 건강 관련 곤란을 겪었다고 보고한 승무원은 3,500명이 넘는다. 직물에 포함된 화학물질로 인한 반응으로 보인다.
몸에 잘 맞고 활동하는 데 편한 것 외에도 유니폼은 중요한 기능이 있다. 항공사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역할이다.
하와이안 항공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아비 만니스는 “승무원 유니폼은 장소와 문화를 대표한다”고 말한다. 항공사가 소속된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와이안 항공 유니폼은 하와이 주화인 레우아 꽃과 하와이의 전통적 패턴을 담은 직물을 쓰고 있다. 옷감의 무늬 하나하나가 상징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한편 지금은 여행자들이 항공사 직원들을 대면하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이다. 그런 만큼 유니폼은 소비자들이 항공사를 떠올릴 가장 중요한 상징이 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승무원 베라 브라운이 탑승객들을 맞고 있다. 사우스웨스트는 지난달 4,200명 직원들의 유니폼을 새로 바꾸었다.
새 유니폼을 입은 사우스웨스트의 승무원 아만도 카바조스. 새 유니폼을 만들면서 고려한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승무원들이 시원할 수 있는 소재를 고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