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유해성 여부로 세계적 논란을 빚고 있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로 분류키로 했다.
환경·보건단체들이 이를 크게 환영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분류에 이어 다시 큰 타격을 받게 된 거대 농약회사이자 종자회사 몬산토는 “법적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캘리포니아주 ‘환경 건강 유해성 평가국’(OEHHA)은 글리포세이트를 7월7일부터 암을 유발하는 물질 목록에 등재키로 지난 26일(현지시간) 최종 결정했다.
OEHHA는 일명 ‘개정65조’라는 1986년 제정 법규에 따라 이 목록에 오른 글리포세이트 함유 제초제 업체들은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되는 제품 포장에 인체에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고 밝혔다.
몬산토의 스콧 파트리지 국제전략 담당 부사장은 이번 결정이 “과학과 법률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고 주장하면서 “아직 법적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며 공격적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몬산토 측은 OEHHA 측의 조치와 관련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배했으며, 현재 주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주 대법원에서도 기각되면 발암물질 목록 등재일로부터 1년 이내에 관련 상품에 경고문구를 부착하지 않으면 판매가 금지된다. 또 인체에 안전한 수준의 살포량과 방법 등도 당국이 정하는대로 표기해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이 결정으로 캘리포니아주가 발암성 제초제로부터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됐다면서 몬산토가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아칸소주는 몬산토가 차세대 바이오기술로 만든 유전자변형(GM) 곡물과 함께 쓰도록 만든 제초제 신제품 ‘디캄바’(Dicamba)의 사용을 지난주 금지한 데 이어 다른 주들도 유사 조치를 검토 중이다.
◇글리포세이트 발암물질 논란= 글리포세이트는 몬산토가 개발해 1974년부터 ‘라운드업’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해왔다. 각종 작물 농장, 과수원 포도밭, 골프장 등에서 가장 많이 쓰인 제초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750여 제초제 상품에 글리포세이트가 들어 있다.
글리포세이트의 암 유발 등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던 가운데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12년 “법적 안전기준을 충족하며 사람이나 환경에 무리한 위험 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IARC는 2015년 글리포세이트를 발암성 물질 분류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A’등급(‘거의 암을 일으키는’(probable carcinogen)) 에 해당한다고 판정함으로써 유해 논란이 확산했다.
그런데 유엔 잔류농약전문가그룹(JMPR)은 글리포세이트 성분 농약의 인체 독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식품 섭취를 통한 노출 수준으로는 발암성이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데 이어 EU 식품안전청(EFSA)도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은 “EFSA가 몬산토 등 거대 식품·화학기업들과 로비스트들에게 굴복했다”며 “EFSA 보고서의 많은 부분이 글리포세이트 생산업체들이 의뢰해 이뤄진 연구결과이며, JMPR 책임자 등이 업체 후원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런 논란과 함께 유럽에서 글리포세이트 판매 금지 온라인 청원 서명자가 1백 만명이 넘어서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글리포세이트의 사용허가 기간 연장을 사실상 보류했다.
EU 집행위는 통상 제초제 사용허가는 15년간 주어지지만 2016년 6월 말로 기존 허가가 끝나는 글리포세이트의 경우에는 2017년 말까지 18개월만 임시로 연장해주고 이후 재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