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는 이방인이 없다. 영화나 드라마, 뉴스에서 수없이 봐와서 익숙한 탓만은 아니다. 쉐이크쉑 버거 본점에서 인증샷을 찍어도, 월스트리트에서 황소상이나 소녀상과 기념사진을 찍어도,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들뜬 발걸음으로 하이라인파크를 걸어도 웬만해서는 주목받지 못한다.
한마디로 관광객 티를 줄줄 흘리고 다녀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하기야 돌연변이 영웅들이 버젓이 도시를 휘젓고 다니고, 지구인으로 둔갑한 외계인까지 숨어 지낸다는 도시 아닌가. 남북 20km, 동서 4km의 섬 맨해튼에서는 누구나 이방인이고 뉴요커다.
뉴욕에서는 페리에 승선해 자유의 여신상을 돌아보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를 오르고, 센트럴파크를 가는 것이 기본 코스에 포함된다. 여기에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 맨해튼 야경투어를 선택 관광으로 추천한다. 패키지 여행의 주 고객인 50~6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가 자유의 여신상인 반면,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뉴욕의 밤을 빼놓을 수 없다.
화려함의 극치는 설명이 필요 없는 타임스스퀘어. 수십 개의 초대형 전광판이 뿜어내는 불빛은 한낮과 다름없고, 발 디딜 틈 없이 몰린 시민과 여행객까지 열기를 더한다. 매일 광고의 홍수에 시달리면서도, 그 한복판에 기어이 발을 들이고 싶은 아이러니는 논리적 설명을 불허한다. 단일 장소로는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명성에 또 부나방처럼 사람들이 몰린다.
맨해튼 야경전망대는 최고 높이의 원월드트레이드센터, 뉴욕 마천루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억만장자 록펠러가 1930년에 건설한 록펠러센터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 록펠러센터의 ‘톱오브더록’ 전망대를 선택했다. 나머지 2개 빌딩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34달러에 3달러 정도의 세금이 추가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 5분까지 5분 단위로 입장권을 판매하는데, 본격적인 야경관람이 시작되는 오후 8시30분 입장권부터 매진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게 필수다.
지하 1층을 출발해 중간층에 내려 록펠러센터와 관련한 전시물을 둘러본 후 셔틀 엘리베이터로 70층 전망대에 닿는다. 3개 전망 층 중 2곳은 유리로 보호 난간을 설치했고, 가장 위층은 가슴 높이부터 사방이 트여 있다. 야경만 보려면 어느 층도 상관없지만, 유리 반사광 없이 기념사진을 찍으려면 꼭대기 층까지 올라야 한다. 야경관람 포인트는 남측이다. 정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뒤편으로 원월드트레이드센터가 조그맣게 보인다. 사람은 잠들어도 건물은 잠들지 않는다. 맨해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불야성이다.
아는 사람만 갈 수 있는 색다른 야경 포인트도 있다. 헬스키친 지역의 칵테일 바 ‘더프레스라운지’는 16층의 낮은 건물이지만 맨해튼의 고층빌딩이 옆으로 길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야외테라스까지 갖췄지만 공간이 넓지 않고 의자가 모자라 자연스럽게 ‘스탠딩 바’ 분위기가 연출된다. 15달러 내외의 맥주와 칵테일 한잔으로 분위기 있게 야경을 즐기는 곳이어서 늦은 밤에도 이용객이 끊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신분증을 검사하기 때문에 꼭 챙겨가야 한다. <뉴욕=최흥수기자>
세계인의 여행지 타임스스퀘어. 화려한 광고판 불빛에 매일 밤 여행객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록펠러센터 전방대에서 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오른쪽 뒤편 첨탑 건물은 원월드트레이드센터.
배터리파크에서 본 자유의 여신상 선상투어. 50~60대 단체관광객에게 가장 인기있는 코스다. <최흥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