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음식으로 15년 된 씨간장과 부각을 준비했습니다. 간장은 한국음식에 어머니 같은 양념입니다.
부각은 산에서 나는 열매나 뿌리, 해초에 찹쌀을 발라 튀겼습니다. 마음을 달래는 음식입니다.”
테이블 장식인 줄 알았던 부각이 요리라는 사실에 미국 기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만큼 반응도 좋았지만, 간장 특유의 냄새에는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르 베르나르댕’(Le Bernadin Prive)에서 이색적인 한식 알리기 행사가 열렸다. 한국문화관광대전 행사의 하나로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을 현지 언론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정관스님은 뉴욕타임스로부터 ‘철학자 세프’로 극찬을 받았고, 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제작한 ‘세프테이블’에도 출연해 미국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행사장에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CBS 등 주요 매체의 음식담당 기자 50여명이 초청됐다. 한국인에게도 익숙지 않은 사찰음식을 뉴요커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식전음식에 이어 곤드레밥과 능이버섯국에 물김치, 두부구이, 메밀묵채, 감자전, 연근전 등을 반찬으로 올린 본 식사가 차려졌다. 식사는 죽비 소리와 함께 한가지씩 맛보고, 정관스님이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젓가락질이 이어질 때마다 흥미롭다(interesting)거나 놀랍다(wonderful)는 반응이 이어졌고, 간간이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발우공양은 음식 재료에 대한 감사와 소통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것은 그렇게 마음도 비운다는 의미입니다.” 김치 한 조각과 물 몇 방울로 밥그릇을 싹싹 닦은 다음, 국그릇에 부어 말끔히 마시는 것으로 식사는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는 미국의 유명 셰프이자 방송진행자인 에릭 리퍼트(Eric Ripert)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그는 “한국의 사찰음식은 몸과 마음뿐 아니라 지구에도 좋은 지속 가능한 음식문화”라며, “채식 바람을 타고 있는 미국인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지화를 위해 타협하기보다는 전통적이고 순수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이날 사찰음식에 사용한 재료는 모두 강원도에서 직접 가져왔다. 민민홍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전략본부장은 “2018동계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강원도에서 난 채소로 만든 음식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욕=최흥수기자>
뉴욕 언론인을 대상으로 사찰음식을 알릴 목적으로 차려진 정관스님의 밥상. <뉴욕=최흥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