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멕시코 이전계획은 백지화
절약 예산으로 켄터키 공장 증설
포드자동차는 최근 세계 자동차 생산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조치를 발표했다. 차세대 소형차를 미국이나 멕시코가 아닌 중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자동차 수출기지로서 중국의 잠재적 가능성에 방점을 둔 조치이다. 포드는 현재 소형차들을 중국과 유럽뿐 아니라 미시간 주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 해 포드는 포커스 생산을 저렴한 인건비를 들어 현재 건설 중인 멕시코 공장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 포드는 지난 1월 이 같은 계획을 취소했다. 트럼프는 포드가 미국의 일자리를 희생시키며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다고 비판해 왔다.
미국 제 2의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소형차 생산을 점차 중국으로 일원화하고 있다. 중국은 그럴 만한 역량을 갖고 있다.
포드의 글로벌 운영책임자인 조 하인리히는 멕시코 공장 취소 발표 때 밝힌 5억달러 절감에 더해 중국으로의 생산 이전으로 10억달러를 추가로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용으로 이윤을 많이 내는 트럭과 SUV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공장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어떻게 소형차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고 덧붙였다.
중국공장 건설을 발표하면서 포드는 새로운 버전의 풀사이즈 엑스페디션과 링컨 네비게이터 생산을 추가하기 위해 켄터키 공장에 9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투자로 약 1,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포드는 설명했다.
이 같은 방침은 최근 포드의 새로운 경영자로 취임한 짐 해킷이 생산투자에 따른 자본수익 증대를 위해 취한 첫 번 째 전략적 조치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자동차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인기 SUV들은 미국에서 생산하고 이윤이 적고 잘 안 팔리는 소형차들은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생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오토트레이더닷컴의 미셸 크렙스는 “제대로 된 시설과 능력을 갖춘 곳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올 첫 5개월 동안 자동차 판매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가 떨어졌다. 특히 포커스는 판매량이 20%나 줄어드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포드는 포커스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려 했다. 고참이 되면 시간 당 29달러씩 받는 미국에 비해 인건비가 훨씬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자동차 생산을 늘리면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멕시코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들에 대해 관세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할 때 멕시코로부터의 수입 문제를 다루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하지만 포드가 중국으로부터 자동차들을 들여오는 데 대해 문제 삼겠다는 암시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와 관련,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외국보다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스는 “포드의 결정은 다국적 기업들이 지리적 문제에 있어 얼마나 유연한지를 잘 보여 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개혁들이 자리를 잡으면 더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 브리핑에서 포드의 중국생산 결정에 대한 대답은 회피하면서 세제개혁이 이뤄지면 미국의 제조업이 한층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서는 “기업들이 더 많은 일자리와 공장들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도록 하는 세제 개혁안을 만들자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포드가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게 미국생산보다 얼마나 더 저렴한지는 확실치 않다. 임금은 그곳이 낮지만 기업들은 운송과 자동차를 미국 안전규정에 맞게 개조하는 등의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보와 GM 같은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판매용 자동차들을 이미 중국에서 만들고 있다. GM의 뷰익 엔비전 SUV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포드의 조치에 대해 자동차 노조는 아직 논평이 없다. 노조는 중국산 뷰익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포드의 주가는 이 발표가 나온 날 1.1% 하락했다.
오토트레이더의 크렙스는 소비자들은 자동차가 어디서 생산됐는지 별로 개의치 않으며 이것에 따라 구매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렙스는 “대부분 소비자들은 자기 차가 어디서 생산됐는지 모르며 상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2019년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새로운 포커스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포드는 이 결정과 관련한 비용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기존 생산시설에 포커스 설비를 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투자”라고만 밝혔다.
포드의 중국 내 생산 공장. 포드는 오는 2019년부터 중국에서 새로운 모델의 소형 포커스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