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적응 안 됐을 때 가장 느려
얼음조끼·냉동 속옷 사용한
예비냉각 후에 4% 빨라져
4일간 열순응 거친 후에는
처음보다 6.5% 속도 증가
열순응+예비냉각 때 가장 빨라
더운 날씨에는 운동하기가 힘이 든다. 6월도 하순에 접어들면서 미 전국과 북반구의 수은주가 치솟고 있고, 이런 날씨에 야외에서 운동하면 금방 녹초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 며칠 전부터 더운 물에 오랫동안 목욕하는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돼 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더울 때는 심장이 혈액을 피부 쪽으로 더 많이 보냄으로써 체내의 열기를 밖으로 분산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은 더 피곤을 느끼고 축 처지며, 심하면 구토나 심한 열사병에 걸리는 등 쉽게 일사병에 노출될 수 있다.
과학자들과 코치들은 운동선수들이 더운 날씨에도 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그중 하나는 예비냉각(pcooling)이라 불리는 과정으로, 운동 전에 얼음이 든 찬 음료를 마시도록 하고, 피부에 얼음찜질을 하여 체온을 내림으로써 높은 기온을 더 잘 견디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전략은 열순응(heat acclimation) 방식으로 며칠 혹은 수주에 걸쳐 서서히 더운 온도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열순응 과정 동안 인체는 변화를 일으키는데 땀을 더 빨리 더 많이 흘리기 시작한다. 이것은 체내 열기의 축적을 감소시키고 심장에 오는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과거의 많은 연구들은 예비냉각과 열순응의 각각 다른 효과에만 집중했을 뿐 이 두가지를 결합한 방법이 의외의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난달 내구력과 조절 연구 학회지(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에 실린 새로운 임상결과는 영국의 브라이튼 대학과 기타 기관들의 학자들이 실시한 실험에서 도출된 것으로, 달리기가 취미인 9명을 화씨 90도(섭씨 32도)의 더운 환경에서 달리도록 한 결과였다.
연구진은 여성 한명이 포함된 이들에게 찌는 듯이 더운 방 안에서 트레드밀을 최고 속도로 달리며 5킬로미터 모의 경주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들이 세 번 더 실험실에서 같은 경주를 반복하도록 했다.
그중 한번은 주자들에게 한쪽 팔을 찬 물이 담긴 통에 집어넣고 냉각조끼와 아이스 팩이 장착된 운동용 속옷을 입게 하여 피부를 예비냉각 시켰다. (그 이전의 연구에서 학자들은 냉동된 속옷이 슬러시를 마시는 것보다 예비냉각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므로 이 연구에서는 찬 음료를 마시는 것을 제외했다)
20분 후에 주자들은 냉각 조끼와 속옷을 벗어버리고 달렸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이들을 열에 노출시키는 열순응 과정에 돌입하도록 했다. 실험실의 온도를 99도(섭씨 37도)까지 올리고 이 폭염 속에서 90분간 자전거타기를 시킨 것이다. 이들은 5일 연속으로 연구진의 감독 아래 최고 속도로 달려야 했다.
그 다음에 주자들은 트레드밀에서 5킬로미터 경주를 다시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직도 열순응 상태인 주자들은 냉동 속옷과 조끼, 한쪽 팔 얼음에 담그기 등의 예비냉각을 거친 후 다시 달렸다.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단지 달리는 속도를 비교했다. 기대했던 대로 주자들은 맨 처음 더운 온도에 적응돼있지 않던 상태에서의 달리기가 가장 느렸다. 그러나 예비냉각을 거친 후에는 훨씬 빨라져서 약 4% 정도의 속도 증가를 보였다. 그리고 4일간의 열순응을 거친 후에는 더 빨라져서 처음보다 6.5%의 증가를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열순응과 예비냉각을 결합했을 때의 결과로, 마지막 경주에서의 달리기 속도가 열순응 후의 달리기보다 더 앞선 것으로 관측됐다.
이 연구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잠깐 예비냉각을 하는 것보다는 열순응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한편 예비냉각은 기온이 갑자기 올라서 미처 열순응을 할 시간이 없었을 때 유용한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경주 전에 냉각조끼와 운동복 바지를 냉동칸에 20분간 넣어 두었다가 꺼내서 입으면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열순응은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사전에 계획도 잘 세워야 한다. 서서히 더운 온도에 몸을 적응시켜야 하기 때문에 보통 4~5일에서 2주까지 걸릴 수 있고 그동안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물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무리 조심스럽게 예비냉각이나 열순응을 한다고 해도 일사병을 막아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두통, 구토, 어지럼증, 근육 경련은 모두 일사병의 증상이므로 그럴 때는 속도를 늦추고 그늘을 찾아 쉬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더운 날 운동을 잘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며칠 전부터 몸을 덥게하는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