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미터 깊이까지 잠수 가능한
물고기형 ‘비키’ 수중촬영
레저 물류 스포츠 보안 등 다목적
스타트업 특수 신제품 쏟아져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에 속속 파고들며 하늘을 뒤덮고 있는 드론(무인항공기)이 이제는 바닷속까지 점령할 기세다. ‘1인 1드론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화되면서 각양각색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드론은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에 의해 비행이나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항공기(UAV)’를 말한다. 통상 하늘을 나는 비행체를 뜻하지만, 앞으로 용어의 범위나 쓰임새도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끈 제품은 ‘수중 드론 비키(BIKI)’다. 로보씨(Robosea)라는 중국계 스타트업이 선보인 이 제품은 자동으로 균형을 잡아 꼬리로 헤엄치며 수중 촬영을 한다.
센서를 통해 장애물을 피해가고, 사용자와 연결이 끊기면 자동으로 되돌아가는 기능도 담겼다.
부드럽고 유연한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1.8km/h의 속도로 물 속을 누빈다. 스쿠류를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서 55dB의 조용함으로 주변을 물고기를 놀라게 하지도 않는다. 150도 화각으로 초고화질(4K UHD)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안정적인 영상을 위한 스태빌라이저도 장착했다.
어두운 곳에서는 114루멘 밝기의 라이트 2개를 켜고 촬영할 수 있다. 내장 배터리로 90~120분 가량 수중에서 사용할 수 있고 32GB 저장 공간에 1080p 기준으로 2시간 가량 영상을 녹화할 수 있으며 정지 이미지도 촬영할 수 있다.
전용 컨트롤러가 제공되고 전용앱을 이용하면 실시간 영상을 보며 조작할 수 있다. 혹시 파도나 조류에 휩쓸려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해도 내장 GPS를 이용해 제자리로 돌아온다. 최대 수심 196피트(60m)까지 촬영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자녀가 안전하게 수영하고 있는지, 낚시할 때 수중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22일까지 2만달러를 모은다는 게 당초 목표였지만, 오픈 10시간 만에 목표액의 743%인 14만8,708달러가 모였다.
오는 9월께 투자자들에게 제품이 순차적으로 배송된다.
로보씨는 꼬리를 흔들며 수영하는 원리가 실제 물고기와 같은 방식이라는 점에서 비키를 ‘최초의 바이오닉(생체) 물고기 로봇 드론’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물고기 모양이 아닌 다른 형태의 수중 드론도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팬텀도 지난해 수중 드론 ‘팬텀 원’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 회사 역시 킥스타터에서 목표 모금액인 15만달러를 넘어선 19만7,943달러가 모였다. 팬텀원은 전면에 풀 HD로 촬영할 수 있으며 고휘도 LED를 통해 어두운 곳도 촬영이 가능하다. 몸체 대부분이 조립식으로 설계돼 분리나 결합이 용이하고 최대 45m 거리까지 촬영할 수 있다.
특정 목적 용도로 개발된 수중 드론도 눈길을 끌고 있다. 파워비전테크놀로지가 선보인 ‘파워레이’는 낚시에 특화된 수중 드론이다. 2시간 충전으로 최장 4시간, 30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특수 조명 장치와 미끼로 물고기를 유혹한다.
‘칼고기(Knifefish)’란 이름을 가진 수중 드론은 해저에 설치된 기뢰를 탐지해 무력화하는 역할을 한다.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제작한 이 수중 드론은 6.4m 길이로, 저주파 대역 합성개구소나를 이용해 기뢰를 탐지한다. 미국 해군은 칼고기의 기능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실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도 핵탄두를 장착한 핵 추진 수중 드론 실전 배치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드론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수명을 다한 낡은 유인 항공기를 공중 표적용 무인기로 재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개발이 시작됐다”며 “군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경제 권용민 기자>
수중 드론 ‘팬텀 원’의 모습. <사진=킥스타터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