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필수 예방접종도 맞히지 말라”, "화상을 입으면 온찜질을 하고 햇볕을 쬐어 줘라”, "배탈ㆍ설사 등엔 숯가루를 먹이면 된다", “아토피는 긁어내라”, “열나도 해열제를 먹이지 마라” 등등.
극단적인 자연주의 육아를 내세우는 인터넷 카페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가 의료ㆍ한의학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안아키 카페는 한의사 김효진씨가 2013년 4월 개설했으며 회원만 6만명이다. 최근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아이가 피부를 긁어도 놔두라는 안아키의 치료법을 따랐다가 아이 얼굴에 온통 피딱지가 앉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아동학대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카페는 폐쇄됐다.
이 와중에도 김씨는 “수두 백신은 위험하다. 어릴 때 수두를 앓으면 평생 항체가 생긴다. 마음 같아서는 전 국민 수두 파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우리 애가 다니는 유치원ㆍ어린이집에 안아키 회원 자녀가 다니면 병을 옮기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안아키 카페가 근거 없는 황당 치유법으로 혹세무민하고 있다”며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의협은 “안아키가 필수예방접종 안 하기, 고열 소아 방치, 간장으로 비강 세척, 화상에 온수 목욕, 장폐색 소아환자에 소금물 치료, 아토피에 햇볕 쪼이기 등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비상식적인 방법을 치유법이라 선전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도 “안아키의 방법은 한의학적 치료와 무관하다”며 사이트 폐쇄를 요청하고 나섰다. 김지호 한의협 홍보이사는 “안아키의 아토피 치료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떠나 의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며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김효진씨의 치료법은 한의학 내부에서 사장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김한석 대한소아과학회 총무이사(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안아키 카페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전혀 근거 없는 내용도 많고 수준이 너무 낮아 일일이 반박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김 이사는 “예컨대 열이 나면 반드시 해열제를 먹는 것을 의학적으로도 권하지 않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수분이나 영양 섭취를 하지 못해 탈수 등이 생길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안전한 해열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다른 아이까지 질병에 노출될 수 있고 사회 전체의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인터넷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안아키) 운영자인 김효진 원장을 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한의사협회는 “안아키 카페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행위들은 한의학적 상식과 치료법에 어긋난 것”이라며 “위법사항 적발 시 보건복지부에 한의사 면허정지 요청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