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합작법인‘KCP’설립… 7월부터 서비스
한류 콘텐츠 통합해‘넷플릭스’방식 운영
한국 방송사 무분별 진출로 수익성 악화속
덤핑 난무 광고시장 생존경쟁 더 치열해질 듯
■ 지상파 3사 합작
‘스트리밍’ 서비스 출범
미주에 진출해 있는 KBS·MBC· SBS 지상파 3사들이 온라인 한류 콘텐츠 유통을 전담하는 합작 법인을 최근 LA에 설립해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선다.
지상파 3사는 지난해 각 사가 40억원씩 출자해 3사의 온라인 컨텐츠 유통을 전담하는 합작 현지법인 ‘코리아콘텐츠플랫폼’(KCP)을 LA에 설립했다.
KCP는 3사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 방송 콘텐츠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직접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넷플릭스’(Netflix)와 유사한 서비스 형태로, 월회비를 받고 가입 시청자들에게 3사의 방송 프로그램 컨텐츠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간부는 “오는 7월부터는 방송 3사들이 개별적으로 유통시키고 있거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컨텐츠 판권이 KCP로 모두 넘어가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 방송 3사 미주 법인들은 온라인 컨텐츠 유통에서는 손을 떼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KBS 아메리카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KCP는 한국 KBS 본사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내정됐으며, 방송 3사 출신 직원 10여명으로 조직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스트리밍 업체들 긴장
KCP는 오는 7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단기간 내에 미국에서만 5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 이후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한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어서 기존 한류 컨텐츠 스트리밍 업체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KCP 관계자는 “KCP는 미국에서 한류 컨텐츠를 넷플릭스와 유사한 형태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이며, 독자적인 ‘코코와’(KOCOWA)라는 플랫폼으로 한국의 ‘푹’(PooQ)과 유사한 비디오 온 디멘드(VOD) 서비스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이미 상당한 회원을 확보해 탄탄한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온 디맨드 코리아’나 ‘드라마 피버’와 같은 기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 업체들은 지상파 3사와 개별적으로 판권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KCP가 판권을 독점하게 되면 이들 업체들은 재계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KCP가 판권 사용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고, 조건이 안 맞을 경우 재계약을 하지 않고 독점적인 서비스를 할 수도 있어 이들 업체들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방송사 기존 미주법인들도 고심
이처럼 방송 3사의 온라인 컨텐츠 판권을 독점 유통시키게 될 KCP의 등장은 KBS 아메리카와 MBC 아메리카, SBS 인터내셔널 등 방송 3사들의 기존 미주 법인의 입지를 위축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상파 3사가 미주 지역에서 올리는 연매출의 절반 정도가 온라인 컨텐츠 판매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KCP가 7월 공식 출범하면 온라인 컨텐츠 판권을 모두 KCP에 넘겨줘야 해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S 아메리카의 온라인 판매 매출 규모가 가장 커 매출 타격도 가장 클 것”이라며 “KBS 아메리카의 규모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MBC와 SBS 미주 법인도 상당한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컨텐츠 판매 매출이 사라지게 돼 앞으로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며 “벌써부터 수입원 발굴 압박이 상당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KCP의 출범은 지상파 3사가 온라인 콘텐츠 시장 급성장이라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분에서 출발했지만, 그러나 이들 3사가 합작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공동 판매하는 형태가 과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방송계 채널 난립도 문제
지상파 3사들이 합작으로 온라인 컨텐츠 제공업체 KCP를 설립한 것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지만, 한국 종편방송사들의 무분별한 미국 시장 진출로 12개나 채널이 난립하고 있는 디지털 TV(D-TV) 방송계도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채널 18번 KSCI가 한국어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한 것도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LA 지역에서 현재 디지털 안테나만 세우면 무료로 시청이 가능한 한국어 D-TV(공중파) 채널은 무려 11개에 달하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만이 진출해 있었던 LA 방송 시장은 이제 한국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사들까지 대거 가세하면서 TV만 켜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가입 없이도 볼 수 있는 한국어 방송이 11개에 달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케이블 방송인 연합뉴스 YTV가 채널 18-9에서 24시간 방송을 하고 있고, 한국의 국제방송인 아리랑 TV도 채널 18-9를 통해 방송되고 있으며, 채널 18-4에서는 CGNTV, 채널 18-10에서는 chTV가 방송 중이다.
또 종편 MBN은 채널 20-2에서 한국 방송을 생중계하다시피 하고 있다. 동아일보사의 종편방송 채널 A는 지난해 말 뒤늦게 채널 18-11로 한인 방송시장에 진출했고, TV조선도 채널 44-2에서 이미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광고 시장도 혼란
이처럼 디지털 TV로 한국어 채널이 난립하면서 한인 방송업계에서는 한정된 광고시장을 놓고 치열한 생존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LA 지역 한인 방송 광고시장의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시장 규모가 늘기는 어려워 11개 방송사들이 각자도생을 위한 출혈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한 종편 방송사 간부는 “방송광고 시장은 한마디로 지금 아수라장”이라며 “총 12개 방송사가 한정된 한인 광고시장 파이를 놓고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조만간 경쟁에서 밀려나 방송을 중단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송사 간부는 “한국어 방송사들이 벌이는 무한경쟁으로 광고 단가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최근엔 스팟 당 5달러짜리 광고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일부 한국 방송사들의 경우 30초짜리 한 스팟 광고 단가를 100∼150달러로 책정해 놓고 있지만 서로 경쟁적으로 광고단가를 낮추고 있어 9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광고가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한인 식당은 최근 하루 4회씩, 1개월간의 방송광고를 600달러에 계약했다. 1개월간 120회 광고를 하기로 한 셈이어서 1회당 광고단가는 5달러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광고단가가 5달러까지 떨어진 현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 방송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종편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 광고시장을 지상파 3사가 장악하고 있던 시절과 비교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며 “단가가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목 기자>
KBS·MBC·SBS 등 한국 지상파 방송 3사가 합작으로 LA에 설립한‘코리아 컨텐츠 플랫폼’(KCP>은 앞으로 방송 3사 컨텐츠의 온라인 유통을 독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