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만오천보 걸어야
심장 질환 예방하고
건강 챙길 수 있어
요즘 유행하는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가 나오기 전에는 만보기가 유일한 건강 지킴이였다. 만보기는 걸음수를 측정해 주는 기계인데 하루에 적어도 만걸음은 걸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오랜 기간동안 지켜져 온 ‘하루 만보=건강’이라는 공식에 최근 이 의가 제기됐다. 영국 워릭 대학의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비만저널’(The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하루에 만오천보를 걸어야 심장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존의 만보 공식을 입증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우체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우체국 직원들중 거의 하루종일 걸어 다녀야 하는 집배원과 반대로 일과시간 동안 앉아서 업무를 보는 우체국 사무실 직원들의 운동량과 건강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글래스고 우체국의 집배원은 타지역과 달리 차량으로 이동하지 않고 집집마다 걸어서 이동하기때문에 연구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로 심장 질환력이 없는 40~60세 사이의 우체국 직원 111명을 모집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신체질량지수’(BMI), 허리 둘레, 혈당량, 콜레스트롤 지수 등을 측정했다. 측정 사항은 모두 심장 질환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우체국 직원들간 활동량에 따라 어떤 차이를 나타내는 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측정됐다. 그런다음 조사 대상자들에게 만보기와 같은 활동량 측정기를 근무시간과 퇴근 후 집에서도 일주일간 착용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두 그룹간 활동량은 물론 건강 상태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사무실 직원중 일부는 하루에 무려 15시간 이상이나 앉아 있었지만 대부분 집배원은 근무 시간내내 서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활동량의 차이는 두 그룹간 건강 상태 차이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앉아서 근무하는 사무실 직원들의 허리 둘레, BMI, 혈당 조절 능력, 콜레스트로 지수 등 모든 항목이 집배원에 비해 높은 위험 수준을 나타냈다. 장시간 앉아 있을 수록 위험도는 훨씬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앉아 있을 경우 추가되는 한시간마다 심장 질환 발병률도 약 0.2%포인트씩 늘어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반대로 걷기 등의 활동량이 증가할 수록 심장 질환 발병률은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기존 공식이던 만보가 아닌 1만 5,000보를 걸어야 건강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일일 활동량에 대한 새 기준을 제시했다. 집배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하루 3시간 이상 약 1만5,000보(약 7마일)를 걸은 집배원들의 BMI, 허리둘레, 신진대사지수 등이 모두 정상 수준을 보였고 심장 질환 발병률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워릭 대학의 윌리엄 티그베 박사는 “하루에 1만5,000보를 걸으려면 시간당 4마일 속도의 빠른 걸음으로 적어도 2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데 노력과 계획이 필요하다”며 “출근 전 약 30분, 점심 시간을 이용해 야 30분 정도 걷고 중간 중간 10분씩만 걸어서 하루에 2시간 걷기 채우기를 실행해볼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하루에 1만5,000보를 걸어야 심장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새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사진은 활동량을 측정해주는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