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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도 작품이 되는 섬… 연홍도는 미술관이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4-07 10:10:24

전남,연홍도,미술관,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미술관이 있다고 자랑하다가 끝내 미술관이 되어 버린 섬이 있다. 연홍, 때묻지 않은 섬 아이처럼, 수줍음을 간직한 누이처럼 이름도 예쁘다.

전남 고흥에서도 끝자락에 자리잡은 작은 섬 연홍도 얘기다.

연홍도는 고흥에서 가장 큰 섬인 거금도를 거쳐 들어가는 섬 속의 섬이다. 거금도 서쪽 끝 신양선착장에서 약 500m, 정원 10명의 작은 도선이 하루 7차례 왕복한다. 단체 관광객이 요청하면 별도 운행한다. 배 타는 시간은 3분 남짓, 왕복 뱃삯은 3,000원이다.

거금도에서 보면 가운데 잘록한 허리 부분에 집들이 몰려있고, 양쪽으로 길게 뻗은 모양이다. 바다에 말이 누워 있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마도(馬島), 혹은 연(鳶)을 닮았다 해서 연홍도로 불렀는데, 요즘은 그 맥이 거금도와 이어져 있다고 해서 연홍도(連洪島)로 바뀌었다. 바다 건너 뒤편 연홍도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바위절벽은 완도군 금당도다.

약 50가구가 살고 있는 연홍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술관이 있는 섬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섬 전체가 미술관으로 단장 중이다. 선착장에 닿으면 방파제 위에 하얀 소라와 자전거를 타거나 굴렁쇠를 굴리는 섬 아이들을 형상화한 철제 조형물이 반긴다. 그 뒤로 파랑과 빨강 계열의 강렬한 원색 지붕이 시선을 잡는다. 담장은 하얀색으로 단장해 대비가 또렷하다.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담장에는 ‘연홍십장도’ 가 타일로 장식돼 있다.

마을회관으로 오르는 골목 입구 담벼락에는 거금도 출신의 박치기 왕 김일과 이 섬 출신의 프로레슬러 백종호와 노지심이 지키고 있다. 작은 섬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라는 경고로 보인다. 권투 선수 유재두, 축구선수 박지성과 김태영도 고흥 출신이다. 이 정도면 힘과 스피드에서 어느 지역에도 뒤지지 않을 텐데, 인근 보성의 벌교 ‘주먹’은 당할 수 없었단다. 

벌교는 고흥에서 외지로 나갈 때 꼭 거쳐야 하는 곳인데, 그때마다 주눅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박병종 고흥군수의 얘기다. 

지금은 순천영암고속도로가 바로 연결돼 벌교를 거치지 않게 됐다.

마을회관에서 직진해 골목을 벗어나면 또 하나의 포구가 나온다. 해안도로에서 오른편으로가면 ‘좀바끝’이고 왼편으로 가면 ‘아르끝’이다. 이 재미있는 이름은 외래어가 아니다. 좀바끝은 쏨뱅이(이곳 발음으로는 쫌뱅이)가 잘 잡히는 곳이라는 데서, 아르끝은 섬 아래쪽 끝자락이라는 데서 연유한 것으로 추측한다. 마을에서 오래 전부터 그렇게 불러왔으니 명확하지는 않다.

연홍미술관은 해안도로를 따라 좀바끝 방향이다. 1998년 폐교된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장을 2006년 미술관으로 단장해 전국 유일의 섬 미술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 단계이다. 숙박시설까지 갖춘 미술관은 다음달 8일 ‘섬 여는 날’ 행사에 맞춰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윤미숙 전라남도 섬 가꾸기 사업 전문위원은 예술의 섬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일본 나오시마를 모델로 연홍도를 가꾸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미술관 앞 자그마한 해변에 ‘은빛물고기’ 조형물을 설치한 정도지만, 이달 말까지 해안도로에 30여 개의 설치작품을 추가할 예정이다.

비탈밭과 솔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좀바끝에 이르면 완도 땅 금당도의 바위절벽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정작 금당도 주민들은 볼 수 없는 비경이다. 좀바끝으로 가는 언덕에서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풍경과 맞닥뜨렸다.

“이러이러~ 쭈쭈쭈쭈~~”

소로 밭갈이 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전통 축제에서 짐수레 끄는 장면을 연출하려고 해도 일소를 구할 수 없는 시대이다. 비탈밭 한 귀퉁이에는 매화가 하얗게 봉오리를 터트리고, 키 작은 소나무로 둘러진 밭둑 너머엔 하늘빛 담은 바다가 눈부시다. 옛날 이발소에서나 볼 수 있던 아련한 그림이다.

일소와 농부의 호흡은 그리 원활해 보이지 않았다. 코뚜레부터 연결된 타래로 완급을 조절하고, 알아듣도록 말로도 달래 보지만 몇 발짝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해 20m 남짓한 한 골을 짓는데 한참이 걸렸다. 밭갈이하는 강성구(72)씨는 사실 농부가 아니다. 젊었을 때 광주로 나갔다가 얼마 전 고향으로 돌아온 귀촌인이다. 누렁이와 함께 일하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다. 소 주인도 따로 있고, 밭 주인도 따로 있다. 농기계를 쓰기에는 밭도 길도 경사가 가파르다. 더구나 섬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이어서, 그나마 젊은 축인 그가 일손을 돕는 중이었다. 섬에 2마리 남은 소의 힘을 빌려도 해마다 묵히는 밭이 늘어나는 실정이란다.

연홍도는 작은 섬이다. 연홍미술관 435m, 선착장 722m 등 이정표마다 거리를 1단위까지 표시할 정도다. 마을에서 북측 ‘좀바끝’을 돌아와도, 남측 ‘아르끝’을 돌아와도 1km 남짓이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을 채우기 힘들다. 대신 느린 시간을 걷는다. 걷다가 바다와 섬과 들과 마을 풍경이 마음에 들어오면, 그 자리에 하염없이 눌러 앉아도 좋다. 밭갈이 하는 농부도, 유모차 미는 노파도, 어선과 유람선도 바다만 걸치면 모두 그림이다. 연홍도는 여행객마저도 작품이 되는 시간 미술관이다. 고흥= 최흥수기자 

여행객도 작품이 되는 섬… 연홍도는 미술관이다
여행객도 작품이 되는 섬… 연홍도는 미술관이다

비탈밭에서 소를 이용해 밭갈이하는 모습.

여행객도 작품이 되는 섬… 연홍도는 미술관이다
여행객도 작품이 되는 섬… 연홍도는 미술관이다

거금도 신양선착장에서 본 연홍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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