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줄어들자 현지 투자수요 증시로 눈 돌려
인도 모디정부 친시장 정책에 글로벌시장도 호평
인도 상장지수펀드(ETF)가 인도 국내는 불론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 화폐개혁에 따른 현금 부족으로 현지의 투자수요가 증시로 쏠리고 있는데다, 친시장 정책에 대한 호평 속에 글로벌 투자자들도 인도 증시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최대 자산운용사인 릴라이언스 캐피털 자산운용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지난 14~17일 판매했던 CPSE 펀드에 목표액의 3.7배에 달하는 총 920억 루피(약 1조 5,770억원)가 몰렸다고 최근 보도했다. CPSE는 인도 국영기업 10곳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이번 투자액은 앞선 발행 시점인 지난 2014년 3월과 지난 1월에 각각 430억 루피, 450억 루피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블룸버그는 CPSE가 성공적으로 판매된 데는 화폐개혁을 기점으로 인도 내 ETF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도인들이 전통적 투자 대상으로 선호하는 금은 대부분의 거래가 실물 화폐로 이뤄지는데, 화폐개혁 이후 현금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상태다. 결국 금시장으로 흘러가지 못한 투자금은 자연스레 전자결제가 가능한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는 것이 통신의 설명이다. 화폐개혁이 투자 방향을 증시 쪽으로 돌려놓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CPSE의 흥행이 인도 ETF 펀드 호황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규제 당국에 등록되는 펀드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이번 CPSE에 개인 투자자들이 총 350억 루피를 쏟아 붓는 등 증시 투자수요 확대를 나타내는 근거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4월부터 인도 공무원 연기금인 EPFO가 총 30억 달러를 지수연동펀드에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인도 투자자문사인 아웃룩 아시아 캐피털의 마노 낙팔 최고경영자(CEO)는 “ETF 자산의 규모가 성장하면서 펀드 매니저들이 성장 가능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최근 활기를 띄고 있는 현지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글로벌 큰 손들의 인도 시장 투자를 망설이게 했던 요인들은 당초 예상과 달리 오히려 인도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도 화폐개혁에 따른 혼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여파로 인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화폐개혁이 부패척결로 인한 시장 투명성 강화와 세수 증대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촉발하며 오히려 인도 경제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인도의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로 시장 전망치 6.4%를 웃돌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기관은 물론 인도 중앙은행도 인도 경제가 화폐개혁 이후 2개 분기 동안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이처럼 경제 타격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정치적 기반을 한층 탄탄하게 굳히고 친시장 경제 정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디 총리의 정책을 총괄 평가하는 시험대로 여겨졌던 지난달 주의회 선거에서 모디 총리가 속한 여당 인도국민당(BJP)는 압승을 거뒀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은 “모디 총리가 가난한 현재의 인도를 ‘새 인도’로 만들 것”이라며 개혁 기조에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금융시장도 지난 연말의 단기적 충격을 완전히 극복한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화폐개혁과 미국 대선이 맞물렸던 지난해 11월8일 2만7,591.14를 기록했던 인도 센섹스 지수는 같은 해 12월 26일까지 6.9% 추락(2만5,807.10)하며 저점을 형성한 뒤 지난 17일 2만9,648.99까지 뛰어올랐다. 블룸버그는 8곳의 트레이더 및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연말까지 센섹스지수가 추가로 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변재현 기자>
인도 상장지수 펀드가 인도 국내는 물론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