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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친구‘골프카트’ 과연 안전할까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3-18 10:29:05

노인,골프카트,은퇴커뮤니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위험성 있다

충돌과 추락에 몹시 취약

좌석벨트 설치 규정도 없어

2015년 부상 1만8천명 추산

●비교적 안전

자전거·모터사이클보다

부상·사망발생 매우 낮아

틴에이저 사고가 더 많아

67세의 은퇴 엔지니어 파커 사이크스는 55세 이상 성인들의 거주지로 개발된 초대형  단지에 살고 있다. 올랜도 북서쪽 중부 플로리다에 위치한 ‘더 빌리지스’(The Villages)란 이름의 이 단지는 모든 것이 깨끗하고 쾌적하며 곳곳에 꽃들이 피어있는 곳으로, 그야말로 동화책에나 나옴직한 이상적인 커뮤니티다. 

거주자들은 이곳에서 골프카트를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단지 내에는 약 6만5,000대의 골프카트가 마련돼 있어서 사람들은 커스텀 제작된 골프카트를 타고 다니는 것이 라이프스타일이며 일종의 문화라 할 수 있다. 

미 전역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은퇴공동체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이크스와 이웃주민들은 골프를 칠 때만 골프카트(때로 골프카라고도 부른다)를 타고 다니는 게 아니라 수퍼마켓 갈 때나 닥터 오피스를 방문할 때, 혹은 저녁에 외식하러 갈 때도 가까운 거리는 모두 골프카트를 타고 다닌다. 

자동차보다 값도 싸고 관리도 쉬우며 편리하고 연료도 적게 들고 환경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교통수단이 제한된 지역에 갈 때 좋은 대체수단으로서 무엇보다 운전하기가 쉽고 재미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골프카트는 얼마나 안전할까? 미국 내 골프카트의 안전문제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일각에서는 노인 커뮤니티에서 카트 사용의 증가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교통문제 수석정책자문인 제이나 라이노트는 “제한된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골프카트는 흔히 매우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길에서 골프카트를 타고 다니는 것은 자전거 탄 사람이나 행인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위험에 노출돼있으며, 특히 노년의 성인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충돌로 인해 부상을 입을 위험성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소비자상품안전위원회는 2015년에 미 전국에서 골프카트 관련 부상으로 응급실 신세를 진 사람이 약 1만8,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모든 연령에서 발생한 건수다. ‘더 빌리지스’에서는 2016년 한 해 동안 골프카트로 인해 응급구조와 치료를 받은 건수가 94건이었으며 이중 70건은 부상을 동반했다고 이곳 공공안전국 소방대장인 에드먼드 케인은 말했다. 그러나 사망도 있었는지, 부상의 종류는 어떤 것이었는지에 관한 데이터는 밝히지 않았다.

‘더 빌리지스’에는 40평방마일 구역 내에 약 12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42마일 거리에 달하는 단지 내 도로에서 자전거와 행인들과 함께 카트를 이용하고 있으며, 카트를 트래픽이 있는 공공 지역으로도 운전하고 나갈 수가 있다. 케인 소방대장에 따르면 지난 해 일어난 충돌 사고들의 원인은 운전자가 통제력을 잃었거나, 운전면허 없는 어린 나이의 손주들에게 카트 운전을 맡겼을 때 일어났다. 

골프카트는 시간당 20마일 이하로 주행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좌석벨트 설치 등의 연방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규제는 각 주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골프카트가 공공도로에 나오도록 하는 것은 교통안전 규정을 50년전으로 돌려놓는 것과 같다고 한 비영리 보험업계 대변인은 말한다. 카트들은 부상을 방지하거나 충돌 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안전기준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골프카트의 안전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국제 경량차량협회의 자문 프레드 소머스 주니어는 “전체적으로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의 충돌사고에 비해 큰 부상과 사망 발생률이 매우 낮은 편”이라며 그의 판단으론 골프카트에 대한 우려가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법당국 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조지아 주지사 사무실의 하이웨이 안전소장 해리스 블랙우드에 따르면 애틀란타 외곽에 있는 피치트리 시는 굉장히 오랫동안 골프카트를 안전하게 사용해왔다고 말한다. 은퇴자들을 위해 개발된 이 도시 자체가 골프카트 위에 세워진 곳이라고 전한 그는 지난 50여년 동안 이곳 주민들에게 카트는 교통수단 이상의 중요한 생활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안전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당국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9세 아이가 카트를 타고 상점을 돌아다니거나 부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런 노력이 있곤 했지만 늘 그때뿐이고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피치트리 시 경찰국의 루테넌 매트 마이어스는 적절한 교육과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고, 잘 디자인 된 도로와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져 있는 곳에서는 카트가 안전하고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일했던 15년 동안 단 한 건의 사망사고가 있었다”고 전한 그는 대부분의 큰 사고는 틴에이저들이 너무 빨리 몰거나 급회전할 때 일어났다면서 “노인들은 그렇게 운전하지 않기 때문에 은퇴 커뮤니티에서 골프카트 안전문제가 심각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교통안전 사무국에서도 비슷한 통계를 보이고 있다. 가주 전역에 걸쳐 골프카트 관련 사망과 부상은 2014년에 1건과 17건, 2015년에는 1건과 12건에 그쳤다. 

현재 24개주는 지자체가 공공도로에서의 골프카트 사용을 규제할 수 있는 법령을 갖고 있고, 5개 주는 비슷한 법안이 발의돼있다.

이런 법안들은 대개 골프카트가 하이웨이에 진입하거나 시속 24~35마일 주행 도로에 나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어떤 경우엔 낮에만 다닐 수 있도록 하거나, 주행 신호를 켜고 다니도록 하거나 운전자의 나이와 면허여부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공공 도로에서의 골프카트 운전을 허용하는 곳은 최소 375개의 지자체에 이른다. 이는 최근에 와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매년 수십개의 지자체들이 이를 승인하고 있다고 프레드 소머스 주니어는 말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그는 “골프카트는 원래 일반 도로에서 운전하게끔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돌에 굉장히 취약하다”고 강조하고 대부분의 지자체들도 안전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사고가 운전자의 부주의, 즉 주의 산만이나 약물 영향 때문에 일어난다”고 말한 그는 “사람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 역시 많다”면서 “면허가 없는 90세의 시각장애 노인이 골프카트를 몰고 길에 나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의학 엔지니어링 자문회사인 테크놀러지 어소시에츠의 크리스토퍼 J. 셀루가는 실제 사고보다 숫자가 적게 리포트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망자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게 되는데 그럴 경우 소비자안전위원회(C.P.S.C.)의 데이터에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수년 동안 골프카트의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에 사고 건수도 꾸준히 증가해 1991년 이래 3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은퇴 공동체에서 골프카트 주행 도중 가장 큰 안전문제는 사람들이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급히 좌회전하게 되면 아무 보호 장치가 없는 승객들이 밖으로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도어가 없고 안전벨트도 없으니 붙잡을 데가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골프카트의 안전운전 교육이 시급한 이유다.

노인들의 친구‘골프카트’ 과연 안전할까
노인들의 친구‘골프카트’ 과연 안전할까

미국 은퇴자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은퇴자 커뮤니티 내의 골프카트 사용이 급증하면서 안전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Frederique Bert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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