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핑 전 리스트 만들어
계획적인 소비 해야 조언
현명한 소비의 첫 걸음으로 누구나 강조하는 첫 번째 요소는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그로서리 샤핑을 예로 들어도 마켓으로 향하기 전에 냉장고나 팬트리에 어떤 품목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억에 의존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사진을 찍어 두거나 리스트를 만들라는 조언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 ‘충동구매’라는 덫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할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으니 미국인 6명 중 5명은 충동구매 경험이 있다는 내용이다.
계획을 세우고, 쿠폰을 오리며, 가격 변동을 따지고,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입하며, 메이저 할리데이가 끝난 뒤 샤핑하는 등등의 각론에 앞서 충동구매를 조절할 수 있는 자제심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는 것은 현명한 소비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젊을수록 충동구매 유혹에 취약
크레딧카즈닷컴(CreditCards.com)이 최근 미국 내 성인 1,003명을 전화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6명 중 5명은 최근 3개월 이내에 충동구매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젊을수록 강렬하게 관찰돼 20대와 30대 초반까지 밀레니얼 세대는 10명 중 9명이 충동구매 증상을 보였고 이중 특히 25세 미만인 경우는 95%가 충동구매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시니어 연령층 가운데는 5명 중 1명 꼴인 21%가 “단 한 번도 계획에 없는 충동구매를 한 경험이 없다”고 답해 밀레니얼 세대와 대조를 이뤘다.
매사추세츠대 마케팅 센터의 가님 반즈 디렉터는 “밀레니얼 세대를 규정짓긴 힘들지만 소비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즉흥적이고 인내심이 없으며 자제력이 요구된다고 판단되어 진다”며 “이런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조사결과”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요즘 젊은 세대는 누구보다 사회성이 강해 누구보다 친구나 지인들을 챙긴다. 이번 조사도 이런 특징이 반영돼 25세 미만 젊은 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5배 이상 많이 친구들을 위해 충동구매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온라인 충동구매 급증 추세
이번 조사에서 충동구매의 대부분인 68%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히 계획한 것만 구매하려고 스토어에 들어갔더라도 마케팅 전문가들이 교묘하고 치밀하게 고객들이 구매하도록 계산해 둔 상점을 과감하게 걸어 나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온라인 스토어에서 충동구매는 극적으로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 등으로 구매하는 온라인 구매를 통해 최근 3개월 내에 충동구매를 한 적이 있냐는 동일한 질문에 1년 전 19%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과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31%가 “그렇다”고 답했다.
카네기 멜런대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가르치는 조지 로벤스타인 교수는 “온라인 스토어들은 고객들의 패턴을 분석한 뒤 표적 광고로 교란하고 ‘원 데이 딜’ 등 다급하게 만드는 문구들로 현혹한 뒤 ‘원 클릭’ 주문 시스템으로 결제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는 밀레니얼 세대가 당연히 온라인 충동구매가 많아 14%나 됐는데 1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를 기록했다.
또 X세대는 7%, 베이비부머는 10%, 71세 이상은 5%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온라인 충동구매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은 여성을 위해, 엄마는 자녀를 위해
그럼 이런 충동구매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누굴까. 다소 맥이 빠지지만 최근 3개월간 충동구매를 했다는 응답자 중 45%는 자기 자신을 위해 소비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흥미로운 점은 배우자를 위해 충동구매를 했다는 응답이 남성은 25%였던 반면, 여성은 8%로 남성이 여성에게 관대(?)한 반면, 여성은 남성에 대해 이성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여성은 남성 대신 자녀들에게 관심을 쏟아서 자녀를 위해 충동구매를 했다는 응답은 여성이 33%로 남성의 16%를 2배 이상 앞질렀다.
자녀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서부나 북동부보다 남부나 중서부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부모들의 충동구매 덕분에 더 이득을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남부와 중서부의 부모 가운데 자녀를 위해 계획에 없던 소비를 했다는 응답자는 30%였지만 북동부는 21%로 낮았고, 서부는 불과 13%로 남부나 중서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타 새로운 사실들
이밖에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들로서 최근 3개월간 충동구매를 했다는 응답자는 1년 전 77%에서 72%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동구매에 사용한 금액은 소소했지만 의외로 거액인 경우도 있어 절반 정도는 100달러 안팎을 썼다고 답했지만 4명 중 1명은 500달러 이상을, 17%는 1,000달러 이상을 충동구매에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정치 성향에 따른 특징도 감지돼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보다 충동구매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 이내에 1,000달러 이상의 충동구매를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공화당 지지자는 25%로 15%를 기록한 민주당 지지자보다 많았다.
공화당 지지자가 많았던 이유는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되기도 했다.
<류정일 기자>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 점은 알지만 미국인 6명 중 5명은 충동구매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동구매에 얽힌 다양한 사실들을 알게 된다면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