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분 대사·면역체계·건강증진 역할하는 장내 세균
채식할 경우 육류 중심 때보다 훨씬 풍성·다양해져
내장을 건강한 박테리아로 바꾸려면 식단에 더 신경을
새해에 건강을 위한 결심을 하나 하고 싶다면 내장을 새롭게 재정비하는 일이 어떨지 추천하고 싶다.
우리의 내장에 살고 있는 세균과 미생물, 즉 집합적으로 미생물군집이라고 알려진 이 공동체를 개조하는 일이 건강을 위해 장기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는 수조(trillions)개에 이르는 미생물 균체가 살고 있는데 이는 인체 세포수의 10배에 달하는 숫자다. 최근 밝혀진 많은 연구에 의하면 장내 미소생물들의 다양하고 풍성한 배열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영양분 대사를 돕고, 면역체계를 향상시키며, 건강을 증진시키는 온갖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 처리해준다.
반대로 미생물군집 생태계가 약화되면 내장기관을 넘어서 인체의 다른 기능에까지 그 나쁜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앨러지나 염증, 당뇨병과 비만 등의 대사성질환, 심지어 우울증과 불안 등의 정신 건강에 이르는 모든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생물군집의 구성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형성된다. 유전자에 의해서, 또 모유를 먹었는지 우유를 먹고 자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미생물군집의 다양성은 좋지 않은 식생활로 인해 점점 약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과 육류 중심의 식단, 가공식품에 많이 의존하는 미국인들의 고열량 식단을 지속하면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 결과 사람은 식단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장내 미소생물계를 개선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식단을 다양한 식물성 음식으로 바꾸는 것이 건강한 미생물군집을 갖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미생물군집을 개조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장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생태계가 들어오는 영양분을 어떻게 흡수하고 대사할 지를 알아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일 치즈버거와 페퍼로니 피자 같은 음식을 먹어온 사람의 미생물군집은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어서 다양한 미소생물계를 갖고 있는 사람의 것처럼 쉽게 반응하고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연구의 저자이며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 의과대학의 유전과학 및 시스템생물학 센터 소장인 닥터 제프리 고든은 “음식의 영양적 가치는 그 음식이 만나는 미생물군집 공동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고 따라서 “건강한 식단의 영양성분은 외부로부터가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나오는 관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질문의 하나는 각자 다른 식단을 가진 사람들이 식습관을 개선하려고 애쓸 때 어떻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완전히 다른 식단으로 살아온 두 그룹의 내장 박테리아를 채취했다.
한 그룹은 전형적인 미국인의 식단으로 과일과 야채는 거의 먹지 않고 주로 육류 단백질을 통해 하루 3,000칼로리를 섭취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가공 치즈와 페퍼로니 같은 가공육이었다.
다른 그룹은 칼로리 섭취를 철저하게 제한하는 사람들로서, 최소 지난 2년 동안 하루 1,800칼로리 이하를 섭취하면서 자기가 먹는 음식을 꼼꼼하게 점검한 그룹이다. 이들은 육류가 아닌 채식 식단을 유지하면서 앞의 그룹보다 탄수화물은 3분의 2, 지방은 절반 정도를 섭취해왔다.
연구진은 칼로리 섭취를 제한한 그룹이 전형적 미국인 식단을 가져온 그룹보다 훨씬 풍성하고 다양한 장내 미생물군집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특히 채식주의자들은 건강을 증진시키는 여러 개의 ‘좋은’ 박테리아 종을 갖고 있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워싱턴 대학의 니콜라스 W. 그리핀 교수는 “성인들은 어떤 식습관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내장 미생물군집 상태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채취한 장내 미생물 균체를 무균 상태에서 사육된 쥐들에게 이식했다. 그리고 이 쥐들에게 전형적인 미국식 식단과 칼로리 제한 채식 식단을 각각 투여한 후 쥐들의 미생물군집 공동체의 변화를 분석했다.
전형적인 미국인 식단에 길들여진 미생물균체를 가진 쥐들은 채식 식단에 미약한 반응을 보였다. 이 쥐들의 미생물군집 공동체는 충분히 증가하지도 다양해지지도 않았다. 순전히 예상했던 방향으로 반응했다고 닥터 그리핀은 말했다.
이 연구의 또 다른 결과는 유유상종의 라이프스타일이 장내 미소생물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쥐들의 실험에서는 그랬다. 처음에 쥐들은 다른 우리에 분리돼 사육됐다. 그러나 나중에 두 그룹의 쥐들을 함께 섞어놓자 채식 식단으로 사육된 그룹의 미생물군집이 결국은 미국인 식단의 미생물군집으로 통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가 인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쥐들은 함께 사는 다른 쥐들의 분비물을 먹기 때문에 박테리아도 쉽게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도 다른 방법으로 세균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 닥터 그리핀의 주장이다.
“함께 사는 부부들은 서로 비슷한 미생물군집 공동체를 갖게 된다는 사실이 이전의 여러 연구들을 통해서 증명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 지에 게재된 이 연구는 식습관의 변화가 장내 미생물군집 공동체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최초의 연구는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미생물학 및 면역학 교수인 닥터 데이빗 A. 렐만은 다른 연구에서도 중요한 내용들이 많이 밝혀졌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보다 건강한 미소생물학을 증진시키는 방법에 관한 기사를 발표한 영양학자 메간 자르딘은 “미생물군집을 건강하게 경작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과일, 야채, 통곡물, 콩류, 견과류, 씨앗류를 많이 먹음으로써 더 많은 섬유소를 섭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식 다이어트를 강력 추천하는 자르딘 박사는 대부분의 가이드라인 식단이 권장하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매일 40~50그램의 섬유소를 섭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섬유소가 많은 좋은 음식을 먹고, 채식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장내에 병원 박테리아는 적고, 튼튼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지닌 미소생물계의 건강한 박테리아를 많이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닥터 자르딘의 설명이다.
단 것과 육류 중심의 식단, 가공식품에 많이 의존하는 고열량 식단을 지속하면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줄어든다. <이미지 Jonathon R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