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7개국 대상 '오락가락'...심사관 재량따라
영주권자 입국 거부사태 앞으로 계속 이어질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이 세계적으로 충격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와 미국 거주 영주권자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평소 같으면 미국 입국에 문제가 없을 비자 소지자와 영주권자까지 출신 국가와 종교를 이유로 차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난민 및 무슬림 7개국 입국금지 행정명령’으로 가장 혼란을 겪은 사람은 영주권자들이다. 애틀랜타에서도 영주권을 가진 스와니 거주 이란인 가족이 입국금지 대상 7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잠시 고국에 들렀다가 귀국하면서 공항에 억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이란 출신 영주권자인 한 여성은 “테헤란에 어머니를 보러 왔다가 워싱턴으로 돌아가려고 두바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는데, 이륙 직전 교통안전국 요원이 기내에 들어오더니 내리라고 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일부 공항에서는 7개국 출신 영주권자들은 국토안보부 요원들로부터 영주권 포기서류에 서명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
영주권자들이 극도의 혼란을 겪게 된 것은 행정명령이 단 하루의 유예기간도 없이 전격적으로 단행된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세차례나 바뀌며 오락가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영주권자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지자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29일 ‘영주권자는 행정명령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국토안보부측의 입장을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라는 요청이 거듭되자 프리버스는 “물론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계속 들락날락한다면 더욱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이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영주권자에 대해서도 선별적으로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취지의 모호한 입장으로 영주권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켈리 장관은 “공공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상당한 정보가 없는 영주권자의 경우,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입국허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선별적 입국허용 입장을 밝혔다.
이는 결국 입국금지 대상 7개국 출신은 영주권자도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입국심사관의 재량에 따라 입국허용 여부가 결정된다는 취지여서 입국이 거부되는 영주권자들이 앞으로 속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