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지역뉴스 | | 2024-12-20 08:17:19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에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세상이라는 

아우성이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일상이 경쟁이요 도태되지 않으며 살아내야 하는 세상이라 외톨이가 되기 십상이지만 주변에 쉽사리 외로움을 내보일 수 없음은 도심 한가운데서 귀양 살이 유배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찌 할 바를 모를 때 찾을 수 있는 장소나 사람이 쉽지 않다. 말 없이 그저 나 답게 있어도 용납되는 장소가 있다면 삶의 곤고를 위안 받을 수 있을 터인데 아예 그런 곳이 없어서 인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송구영신 풍경은 영하 추위 아침이었는데 오후가 되면 동화 같은 햇살이 찾아오듯 의외로 뜻 밖의 다사로움을 만나기도 하고, 생각 하지도 않았던 얽힘 들이 산만하게 일상을 몰고 가기도 한다. 묻어 두고 싶은데 정립해야 할 일이라며 마구 마음을 꼬집어대는 일도 있지만 송구영신을 정갈한 마무리로 끝맺음 하고싶은 바램 임을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한 해를 정돈하는 송구영신 길목에서 마음을 서걱거리게 하는 것은 관계였다. 스쳐간 관계들을 살펴보면 관계를 찢는 자가 있고, 꿰매는 자가 있고, 잠잠한 자가 있는가 하면, 싸움질을 도모하는 자들이 섞여 있기 마련이었다. 겉과 속이 다른 것도 상처가 아물고 난 후 에야 낌새를 간파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 했다. 관계의 벽에 부딪혔을 때도 쌓인 갈등을 상대가 의식해 주길 바램 했던 기대에 맞물려 나 역시 완벽하거나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에 접어버린 일도 부지기수다. 관계 선택 또한 독자적 선택이 아니었 듯 상대 마음 기울기도 일방적 선택이라서 전전긍긍 나를 갉아먹듯 소모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나서서 완전하게 덜어줄 짐도 아니요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이라서 그냥 찌꺼기가 남겨진 그대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안도감이 한 몫을 해주고 있기에 저들을 위해 기도하며 소망해온 평온한 삶을 살아 내라는 결론을 얻었다. 대상이 누구든 그동안 누적된 기억들과 응원의 마음들을 간직하며 평화롭게 살아내고 싶다. 더는 뒤엉키는 일이 없기를 바램 하면서 그냥 받아 들이기로 마음을 정한다. 이미 관계의 굳은 살이 박힌 노년이기에.  

 

 

관계는 나와 상대가 존재하기에, 내가 포함되면서 생긴 일들임을 자인 하고는 있지만 그 얽힘으로 나 역시 편치 않은 마음이라서 송구영신 길목에서 모두 내려 놓으려 한다. 사람 탓만 해대며 살기엔 시간이 아깝고, 억울해 하며 기억줄을 뒤집기엔 저장하고 인출 해야 하는 수용기능이 낙후된 지라 서로의 기억 둘레와 끝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알맞은 사랑 위주로 사람 사이 질서를 기조로 하여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주변의 평안과 행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은 대체적으로 쉽사리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차라리 사리에 밝아서 이익 추구를 꾀하며 주변 평안에는 염두에 두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에고이즘이 세상을 살아내는데 편리할 수도 있을 터이요 부딪힐 일도 없을 것이다. 들어 주는 일에 열중한 나머지 미련 반 푼이 반열에 자신도 모르게 올라있는 일도 없을 터이요, 사람 사이에 암벽이 쳐지고 왕따로 몰리는 일도 없을 터이다. 사람으로부터 얻은 아픔을 지우는 지우개는 존재하지 않기에 극복하는 길 뿐이다. 무거운 생각을 밀어내며 영혼의 내실을 온유로 경작해 간다면 갈수록 풍성해지고 윤택해 지리라 믿음 하게 된다. 갑진 년 한 해를 갈무리로 간수 해야 하는 송구영신 길목이라서 간곡해지는 기도가 묵묵히 쌓여간다. 

문제는 초점 발견이다. 파생된 문제점을 외부로부터 찾아내기에 급급했지만, 자신 내부로 시선을 돌리며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는데 집중 했어야 했던 것을. 끊임없이 자책하는  자아에게 '너나 잘하세요' 라는 정답을 발견했다.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굳이 지각하려고 하지 않으며, 능력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 곁으로 집중되는 무심한 흐름은 여전하다. 야망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려는 부류의 인생들이 그 덩치를 키워가고 있음도 안타깝다. 시대상이 그럴수록 가늠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남은 날들의 무게를 은퇴가 아닌 서서히 물러남으로 또 다른 여정을 모색해보는 방향 전환으로 한숨을 돌리기로 했다. 바라보아야 할 목표가 향방 없이 흘러가는데도 참된 이치와 도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시대 풍조가 만연하고 있지만, 무겁게 둘린 구름도 시간이 지나면 무심히 걷히고 맑은 하늘을 드러내듯 송구영신 길목에 서면 언제나 이듯 새해에 해야 할 일들이 선명해 진다. 

 

 

송구영신 절기 앞에 설 때마다 노구를 찾아 드는 소망이 있다. ‘사람 마음이 우주와 만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 마련된다면, 피조물끼리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이을 수 있는 터널 같은 마음이 갖추어진다면, 우주 숨결까지도 느낄 수 있는 평화의 통로를 만들 수 있을 터인데’.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인데 작은 소망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세밑마다 그래왔듯 돌아보면 반성과 아쉬움, 후회로 가득하지만 “더는 애태우지 말자” 기지개를 켜면서 쾌청한 겨울 하늘처럼 눈부신 마음을 심어 가자고 다짐해본다. 새롭듯 가다듬은 경각심으로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로 맞아들일 새해맞이를 위해 몸과 마음의 매무새를 고쳐 다듬으려 한다. 평화롭게 열리는 새해이기를 기원 드리면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우체국입니다…” USPS 사칭 ‘스미싱’ 사기 기승
“우체국입니다…” USPS 사칭 ‘스미싱’ 사기 기승

“우편물 배달에 문제”무차별적 문자 메시지피해자 클릭하게 현혹개인 금융정보 등 노려 한인이 받은 USPS 사칭 사기 문자. 발신 번호에 필리핀 국가번호(69)가 찍혀 있다. [독자

에너지 절약 효자 단열재… 아무것이나 쓰면 안돼
에너지 절약 효자 단열재… 아무것이나 쓰면 안돼

주택 단열만 잘해도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추운 겨울철 외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열재는 외부의 찬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더운 여름철에는 실내 냉방

‘옐프’리뷰 읽으면 내년 홈 디자인 트렌드 보인다
‘옐프’리뷰 읽으면 내년 홈 디자인 트렌드 보인다

맛집을 찾기 위해‘옐프’(YELP)를 검색하는 사용자가 많다. 옐프는 사용자 리뷰와 평가를 기반으로, 지역 비즈니스 및 서비스를 검색하고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사용자

감각 기능을 유지해야 젊음도 지킬 수 있다
감각 기능을 유지해야 젊음도 지킬 수 있다

청력 저하, 치매 위험 두 배 높이는 위험인자서서히 진행되는 시력 저하, 주기적 검진 필요 나이가 들수록 몸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시력과 청력, 후각 역시 노화로 인한 변화를

대학 신입생 등록 큰폭 감소… 등록률 낮은 대학 공략 기회
대학 신입생 등록 큰폭 감소… 등록률 낮은 대학 공략 기회

FAFSA 지연이 직접적 원인일자리 늘어 취업 선택 증가어퍼머티브 액션 취소 영향지원 대학 검색 폭 확대 전략 2024학년도 가을 학기 대학 신입생 등록률이 예년에 비해 많이 감소

AI로 심방세동 위험 예측한다
AI로 심방세동 위험 예측한다

심전도 나이, 실제보다 높을수록 발병↑“다른 심장질환 예측에도 활용 기대”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맥성 부정맥과 비정상적으로 느린 서맥,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간헐적 단식보다 낫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겼더니…
간헐적 단식보다 낫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겼더니…

40~60대 4500여 명 10.6년간 추적조사하루 식사횟수·인슐린 저항성 연관성 분석 공복시간을 최대한 길게 갖는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는 가운데 규칙적으로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

2030 남성 노리는‘강직성 척추염’… 이것만 잘 지켜도 예방
2030 남성 노리는‘강직성 척추염’… 이것만 잘 지켜도 예방

■ 홍석찬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아침 기상 후 뻣뻣한 느낌… 3개월에 걸쳐 통증 나타나조기 진단해 적절한 치료 받아야 척추 진행 막을 수 있어 <사진=Shutterst

원조 베낀 ‘오레오’… 세계서 가장 잘나가는 과자 된 비결
원조 베낀 ‘오레오’… 세계서 가장 잘나가는 과자 된 비결

오레오와 하이드록스의 엇갈린 운명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과자는 무엇일까. 독일의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오레오'다. 2014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신종 ‘딥페이크’ 스캠 사기 기승
신종 ‘딥페이크’ 스캠 사기 기승

AI로 지인 목소리·영상감쪽같아 더 속기 쉬워기관 사칭 등 범죄 심화내년 더욱 급증할 전망 노인과 이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사칭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