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1조1,700억달러
신용카드 대출 8% 증가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대출이 지난 3분기 1조1,7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1인당 평균 신용카드 대출 잔액은 6,329달러로 전년 대비 4.8% 늘어났다. 인플레이션 완화와 임금 상승으로 신용카드 연체율이 9.1%에서 8.8%로 0.3%포인트 감소했지만, 가계가 느끼는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17일 연방준비제도(FRB·연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신용카드 부채 총액은 1조1,7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40억달러) 증가했다.
다만 신용카드 연체율은 소폭 개선됐다. 90일 이상 대출을 갚지 못하는 심각한 연체율은 지난 3분기 8.8%로 전 분기 9.1%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소비자 1인당 평균 신용카드 대출 잔액도 상승률이 줄어들었다. 소비자 신용분석 업체 트렌스유니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소비자 1인당 평균 신용카드 대출 잔액은 6,380달러로 전년 동기(6,088달러) 대비 4.8% 증가했다. 2022년 3분기는 5,474달러, 2021년 3분기는 4,869달러로 연간 상승률이 11~12%에 달했던 최근 몇 년보다는 상승세가 큰 폭으로 둔화된 것이다.
연준 연구원들은 “전반적으로 가계의 대차대조표는 매우 양호해 보인다”며 “증가하는 부채 부담이 관리 가능한 수준임을 시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별 평균 신용카드 대출은 주마다 확연하게 엇갈린다. 지난해 기준 알래스카의 평균 신용카드 대출은 7,863달러로, 전체 50개주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플로리다(7,548달러), 뉴멕시코(7,401달러), 코네티컷(7,381달러), 매사추세츠(7,282달러)가 뒤따른다. 신용카드 대출이 가장 적은 지역은 캔사스로 5,227달러로 나타났으며, 이어 위스콘신(5,242달러), 루이지애나(5,304달러), 웨스트버지니아(5,348달러), 미주리(5,415달러) 순이다.
연체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신용 이용률은 증가해 우려를 낳고 있다. 신용 이용률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한도에서 얼마만큼의 카드 잔액을 사용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신용 이용률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이 그만큼 대출을 많이 받고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분석업체 엑스페리언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신용 이용률은 29%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과 2021년 평균 신용 이용률은 각각 25.4%, 25.5%였다. 통상 신용 이용률을 30% 이하로 유지해야 적절한 신용관리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연령대별 신용카드 평균 부채를 살펴보면 가장 부채가 많은 세대는 X세대(1965년~1980년생)로 나타났다. 이들의 부채는 8,870달러에 달했다. 베이비부머 세대(1946년~1965년생)는 6,601달러로 2위를 차지했으며,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생)는 6,274달러, 침묵의 세대(1928년~1945년생)는 3,434달러로 나타났다. 사회 진출 초년생으로 평균 소득이 낮은 Z세대(1997년생부터 2013년생)는 신용카드 부채 잔액이 3,148달러로 가장 적었다.
디지털 개인금융회사인 어치브의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스트로는 “전반적으로 미국 실업률은 낮고 임금은 상승했지만 모든 국민이 이 같은 거시경제적인 상황을 균등하게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며 “특히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큰 지역에 사는 소비자들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