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균 8만610달러
아시안은 11만달러 높아
“구매력 회복의 청신호”
남녀 소득격차 더 커져
지난해 중산층 가구 소득이 상승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년 만의 고물가를 잡기 위해 소방수로 나섰던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효과를 보인 데 더해 일자리 시장도 호황을 보이면서 실질 소득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연방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3년 실질 중위가구 소득은 2022년 7만7,540달러보다 4.0% 오른 8만610달러을 기록했다. 중위 가구 소득은 가구별 소득을 1등부터 100등까지 나열했을 때 50등 가구가 벌어 들이는 소득을 말한다.
인구조사국은 “이는 2019년 이후 실질 중위가구 소득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간 증가율을 보인 첫 번째 사례”라고 강조했다.
AP 통신은 “40년 만의 가장 큰 물가 급등을 극복하고 대부분 미국인의 구매력이 회복됐다”고 전했다. 2019년 중위 소득은 8만1,210달러였다. 지난해 실질 중위가구 소득을 인종별로 보면 백인은 5.4% 증가한 8만4,630달러, 흑인은 2.8% 오른 5만6,490달러였다. 다만 아시아계(11만2,800달러)와 히스패닉(6만5,540달러)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 5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데 대해 지난해 일자리 시장이 호황을 보인 데 따른 효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실업률은 3.4%로 약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고, 지난해 평균 핵심 연령층(25~54세)의 경제활동 비율은 8.07%로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도 고물가를 잡기 위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연준은 지난해 중반까지 기준 금리를 5% 이상으로 상향했고 현재까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6월 연간 7.1%까지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은 현재 2.5%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실질소득 증가와는 대조적으로 빈곤율과 소득 불평등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빈곤율은 지난해 11.1%로 전년(11.5%)보다 0.4%포인트 낮아졌지만, 아동 빈곤율은 13.7%로 1.3%포인트 늘어났다. 언론들은 2021년 5.2%로 급락한 아동빈곤율은 2022년부터 급증했는데 이는 팬데믹 기간 확대된 아동 세액 공제가 2022년에 만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3.0%)의 소득이 여성(1.5%)보다 더 많이 증가하면서 남녀 간 중간 소득 격차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확대됐다. 지니계수와 소득백분위수 비율로 측정한 소득 불평등은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소득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격차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곤 전문가인 티모시 스미딩은 “사람들은 임대료를 더 많이 내고 있고, (국가로부터) 육아 지원을 덜 받고 있다”며 “중간 소득이 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앞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 및 사회정책 센터의 임시 전무 이사인 올리비아 골든은 “빈곤을 낮추려면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며 “하나는 경제적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핵심 프로그램과 안전망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