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바이든의 중국정책 바로잡아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24 13:20:53

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CNN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미국과 중국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험천만한 실험에 착수했다. 지금 두 나라는 나날이 긴장 수위를 높여가는 지정학적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양국은 경제적으로 서로 깊숙이 엮어진 상태다. 지정학적 긴장과 경제적 결합이라는 양 갈래 추세가 과연 그대로 유지될까, 아니면 조만간 둘 중 어느 한 쪽에 변화가 올까? 

워싱턴과 베이징이 반목을 거듭한 지난 몇 년간, 양국의 교역은 강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교역량은 7,000억 달러 규모로 역대 최고치를 작성했다. 퀄컴에서 코닝과 윈 리조트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기업들의 최대 수입원 역시 중국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농산물 시장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보다 더욱 전략적인 정책을 구사한다. 최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고, 과학과 기술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선언한데 이어 국내 하이테크 제조업의 활성화를 위해 대상 기업들에게 정부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비유를 빌리자면 미국은 “높은 펜스”로 둘러싸인 “조그만 마당”에 “결정적인 첨단기술”을 집어넣은 후 “철통 경비”를 펼치고 있다. (중국의 접근봉쇄 품목 리스트를 작성하는 기존의 실효성 없는 대책에 비하면 그의 지적대로 진일보한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첨단기술 방어 노력과 베이징을 겨냥한 정부의 적대적인 언사에 겁을 집어먹은 미국 기업인들이 중국과의 거래를 꺼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위험을 인식한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중국을 향해 몇 차례 화해의 신호를 보냈다. 지나 라이몬도 상무부장관은 수시로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라이몬도 장관은 “우리는 중국과 계속 거래해야 한다”며 “중국과의 교역은 국내 일자리를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지난 주 중국 문제에 초점을 맞춘 주요 담화를 통해 양국 사이의 “건설적” 관계를 강하게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의 첨단반도체 칩 규제는 베이징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중국이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막으려는 순수한 국가안보차원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행정부가 조심스럽게 짜낸 정교한 중국정책은 미묘한 뉘앙스에 둔감한 워싱턴의 풍토를 견뎌내지 못한다. 공화당 예비경선은 이미 “중국 타작 한마당 잔치”를 예고했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공화-위스컨신)이 이끄는 하원 중국위원회는 중국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중국시장에 진출한 기업의 수장들이 줄줄이 청문회장에 소환돼 양당 의원들로부터 호된 추궁을 받게 된다. 물론 중국이 이런 사태를 손 놓고 지켜볼 리 없다. 시진핑의 강경한 대미 외교노선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분리는 이미 진행 중이다. 페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지적대로 강력한 무역 수치가 실질적인 대중국 수출 감소세를 가리고 있을 뿐이다. 교역량은 떨어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수출상품의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탓이다. 미국 기업들의 중국 탈출도 줄을 잇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현지 진출 기업들은 중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장 다변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서 거둔 수익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예를 들어 제너럴 모터스가 중국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2014년 이후 70% 가까이 감소했다.     

이중 일부는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건전한 시장 다양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적으로 가속화하면 우리는 조만간 세계가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두 개의 구역(zone)으로 나누어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은 이들 가운데 어느 한쪽 구역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선택지를 제한하는 어리석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이 미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려는 지나치게 직설적이지만 유럽 안팎에서 널리 공유되는 견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경비를 올리면서 유럽이 큰 타격을 입은 반면 세계 최대 탄화수소 생산국인 미국은 이를 낮은 가격에 대량판매 함으로써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규정된 미국 행정부의 후한 기업보조금 지급조항에 혹해 유럽기업들이 속속 미국으로 투자방향을 틀고 있으나 최근 필자가 만난 독일의 한 기업총수는 “우리가 값싼 러시아 에너지나 거대한 중국시장을 포기할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실 그건 유럽에게 자살행위가 될 것이다. 

만약 지정학적 긴장이 거세지고 경제관계가 계속 약화된다면 우리는 모든 차원에서 혼란과 무질서가 판치는, 지금과는 대단히 다른 세계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이런 조짐은 교착상태에 빠진 채무조정 협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수십 개국이 채무조정이 불가피한 심각한 부채압박 위기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레바논은 3년째 부채상환불능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채권국 중 하나인 중국이 서방국들과 구제조건에 합의하지 못한 탓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자금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없다. 이처럼 수억 명이 고통을 받는 위기 상황에서도 쌍방은 책임 공방을 일삼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의 양대 강국이 경제적 상호의존과 지정학적 경쟁 관계를 관리하려 시도했던 마지막 시기는 1880년대에서 1914년에 이르는 기간이었다. 당시 영국과 독일의 실험은 산업화된 세계를 대부분 파괴한 끔찍한 전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에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당사국 모두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바이든의 중국정책 바로잡아야
파리드 자카리아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공항 총기적발 9년 연속 미국 1위
애틀랜타 공항 총기적발 9년 연속 미국 1위

지난해 440정 발견 압도적 1위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이 미 전역의 공항 가운데 보안 검색대에서 적발된 총기가 가장많은 것으로 집계됐다.애틀랜타 공항이 이 부문에서 9년

조지아 주민, 전기차 산업 지원 ‘Yes’ 구매 보조금은 ‘No’
조지아 주민, 전기차 산업 지원 ‘Yes’ 구매 보조금은 ‘No’

▪AJC 조지아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구매 보조금 철회 찬성 52%관세강화 물가우려 반대 커공화∙민주간 뚜렷한 시각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조지아 주민들은 향

[윌셔에서] 당찬 시작

작은 장미가 한 송이 앞마당에 피었다. 지난겨울 이사 올 때부터 마당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나무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놓인 디딤돌을 끼고 있는 작은 마당이다. 보통은 크고 작

캅 중학교서 여학생 총기자살 시도
캅 중학교서 여학생 총기자살 시도

19일 오후… 여학생 중태학교 한때 코드레드 발령교육계∙ 지역사회 큰 충격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 중학교에서 여학생이 총기로 자살을 시도한 끝에 중태에 빠졌다. 이 사건으로 해당

내주 80년래 최고 강추위 온다
내주 80년래 최고 강추위 온다

북극발 한파 다시 남하21일부터 눈 가능성도 다음주 메트로 애틀랜타 일원에 다시 한번 강추위가 찾아온다. 눈소식도 다시 한번 예보됐다.국립기상청은 16일  “북극에서 발원한 한랭기

[정숙희의 시선] 뮤지엄에 불이 붙으면
[정숙희의 시선] 뮤지엄에 불이 붙으면

신년벽두부터 LA를 휩쓸고 있는 엄청난 화마로 걱정과 불안이 그치지 않는다.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시각각 뉴스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사상 유례없는 비극

"적색육 많이 먹으면 치매·인지기능 저하 위험 13% 증가"
"적색육 많이 먹으면 치매·인지기능 저하 위험 13% 증가"

미 연구팀 "견과류·콩류·생선으로 대체하면 치매 위험 20% 감소" 가공육<사진=Shutterstock>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적색육과 그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치매

새해 첫 보름달 ‘울프 문’
새해 첫 보름달 ‘울프 문’

새해 첫 보름달을 뜻하는‘울프 문(wolf moon)’이 지난 14일 영국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 상공에 떠 있는 가운데 여객기가 지나고 있다. 울프 문은 늑대들이 겨울밤 보름달을

[삶과 생각] 마당발
[삶과 생각] 마당발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사노라면 집이 필요하고 집에는 마당들이 있다.  여러 사람이 활동하는 넓은 공마당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사회가

[시와 수필] 나는 바보야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안다고 나대고대접받길 바라고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김수환 추기경) 맑고 거룩한 영혼을 가진 바보의 가르침을 세상이 오늘처럼 시끄럽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