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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어떤 미국 사람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06 11:56:18

삶과 생각,이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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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순(인디애나주 거주)

마이클은 남편의 대학 동창이다. 의료기계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가 되었다. 그는 여름이면 한 주말을 우리 호숫가 별장에 와서 머물고 간다. 그날도 오기로 되어있는 시간이 되자 전화가 왔다. 조금 늦어지겠다고 했다. 늦게 도착한 그는 트렁크를 열어 오는 도중 거라지 세일에서 산 물건을 보여주었다. 옛날 등잔, 행주 등을 보여주면서 싸게 잘 샀다고 좋아했다.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남자이니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며칠 후 우리는 인디애나 대학 동문회 발간지를 들쳐보는 순간 놀랐다. 첫 장에 마이클의 사진과 함께 그의 글이 소개되었다. 마이클이 신문방송학과 증축비용으로 700만 달러를 기증했다는 기사였다. 전 주에 만났을 때 그는 우리에게 그런 귀띔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가 그 정도의 돈을 가진 부자였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거라지 세일에서 남자가 남들이 쓰던 헌 물건을 뒤적거리는 것을 보았다면 누가 그 사람을 거액의 갑부라고 생각했을까. 그 후 그의 여자 친구는 웃으며 내게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그와 첫 데이트로 조촐한 동네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돈을 지불한 뒤 다시 식당에 들어가 쿠폰을 잊고 사용하지 못했다고 쿠폰을 주고 몇 불을 환불받아 왔다고 했다. 그녀는 그야말로 짠돌이를 만났다고 한바탕 웃어댔다.

래리는 남편과 함께 인디애나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유능한 변호사였다. 졸업 후 그는 변호사 일을 접고 그의 아버지가 경영하던 작은 사업을 이어받았다. 공장 바닥에 방수용으로 바르는 특수접착제 고무풀을 만드는 회사였다. 회사라고 하지만 직원이 몇 명뿐인 작은 공장이었다. 

그는 불고기를 좋아해 가끔씩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그럴 때면 그의 손톱은 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고 막노동자처럼 손이 거칠었다. 알고보니 일거리가 많을 때 그 사람이 직접 직원과 함께 큰 공장 바닥에 풀칠을 하는 날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티셔츠 차림의 수수한 옷차림에 대학 풋볼 경기에 갈 때는 학생 기숙사에 들러 남아도는 학생 티켓을 싸게 사서 구경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그야말로 아끼며 절약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이곳 지역 신문을 보던 중 우리는 또 한번 놀랐다. 그의 사진이 크게 사회면 첫 장에 있었다. 기사인 즉 포트 웨인에 있는 퍼듀대학의 분교 실내운동장 증축에 래리가 600만 달러를 기부한다는 기사였다. 나는 또 놀랐다. 손톱이 닳도록 막일을 하며 한푼 한푼 절약하며 검소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거액의 금액을 학교에 기부했다는 사실이다. 

조지는 인디애나 대학 졸업 때 총장상을 받고 졸업한 수재이다. 시카고 법대를 장학금으로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그는 저렴한 가격에 손님들의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때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료 서비스도 하는 정직하고 착한 변호사다. 그는 20년 된 혼다 시빅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때로 털털거리며 고장이 나면 고쳐서 다시 타고 다닌다. 한국인 친구는 가끔 그에게 자동차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놀리듯 얘기한다. 그럴 때마다 조지는 아직도 잘 굴러가는데 한참은 더 탈 수 있다고 피식 웃으며 대꾸한다. 그들은 나에게 노골적으로 말한다. 자동차가 근사해야 변호사의 위상이 돋보이지 않겠느냐는 이론을 내세운다. 그러나 조지가 해마다 자동차 한 대 값을 인디애나 대학에 장학금으로 보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는 안다. 조지가 바로 내 남편이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근면하고 검소하게 사는 겸손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힘들게 번 돈을 남을 위해 기부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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