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종료 기대감 여파…‘킹달러’ 아닌 ‘약달러’ 출현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만 무려 30원 가까이 하락(원화 강세)하면서 1,270원대에 진입했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달러 약세 요인이 출현한 결과다. 환율 변동과 민감한 한인 비즈니스 업계도 중장기적인 원화 강세를 대비해야 할 시기다.
■금리 인상 끝나나…원화 급반등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9.4원 하락한 1,27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일일 낙폭이 지난해 11월 11일(59.1원)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약 한 달 전인 2월 14일(1,269.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급등하던 원·달러 환율은 작년 10월 25일 최고치 1,444.20원을 찍었다.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연초 다시 상승 전환해 1,300원 선을 공고히 지켜왔는데 이날 다시 급락하면서 1,200원 후반대로 추락한 것이다.
원화 강세 요인이 갑자기 출현한 것은 연준의 긴축 조짐 변화 때문이다. 연준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올려 4.75~5.00%로 상향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고 장기 금리가 급락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는 달러 강세의 종료를 의미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 주요 글로벌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현재 102.61을 기록중이다. FOMC 전인 지난 15일 105를 넘었음을 고려하면 하락세가 유지 중인 것이다. 달러화가 원화 뿐만 아니라 모든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로 추락했다는 의미다.
■환율 민감한 한인사회 희비 엇갈려
환율의 이번 변화는 단기 이슈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변화의 시초일 가능성이 높다. 향후 연준은 최대 한 번의 추가 인상을 하고 금리를 동결해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긴축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글로벌 환율 시장이 정상화 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동결 역시 가능하다고 발언해 금리 인하 베팅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는 한인 비즈니스 업계에도 큰 변화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물건을 사와 미국에서 파는 무역업체들의 경우 원화 강세가 달갑지 않다. 한인 여행사들의 경우에도 모국 방문 매출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특히 이번에는 단기 하락이 아니라 원화 강세로 방향을 튼 시그널이 분명한 만큼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쓰는 미국 내 주재원·유학생들은 앞으로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LA에 거주하는 유학생 김모씨는 “이제는 환율이 1,200원대에 안착했으면 좋겠다”며 “식비와 교통비에 여유가 좀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미주 한인들의 경우 달러 약세로 환전 시 받을 수 있는 원화는 감소하게 된다.
<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