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국희 변화 눈길…송중기 "스페인어 연기에 집중"
"여기는 생명력이 넘쳐. 기회의 땅이야."
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국희(송중기 분)의 질문에 수영(이희준)은 귀국하면 자신이 별 볼 일 없어질 거라며 이렇게 답한다. 국희와 수영은 호화로운 호텔에서 아름다운 카리브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난 한인들이 이역만리에서 벌이는 욕망의 사투를 그렸다.
영화는 외환위기 직후 국희가 가족과 함께 희망을 찾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그곳에서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과 박병장(권해효)을 만나게 되면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보고타라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제 보고타에서 촬영하며 담은 그곳의 풍경이 영화 자체의 분위기를 만든다. 배우들의 스페인어 연기, 이희준의 콧수염 등 현지에 어울리는 모습도 분위기 형성에 일조한다.
영화의 핵심 전개인 국희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생경하던 그곳에서 점차 적응해가고 각기 다른 사건들을 계기로 보고타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과 점점 멀어진다. 짧은 머리와 귀걸이, 깔끔한 정장 등 그것을 보여주는 장치들도 잘 배치돼 있다. 국희를 연기한 송중기는 스페인어가 유창한 정도를 통해서도 이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어떤 사건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영화 감상의 주요 지점이 될 듯하다.
송중기는 19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집중했던 것은 스페인어"라며 "국희가 제대로 정착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설득해야 국희가 변하는 과정도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사를 외워서만 하지 않고 애드리브도 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려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인물의 연대기를 속도감 있는 전개로 펼쳐 관객의 눈길을 붙들어둔다. 사건이 벌어지고 몇 년 후로 도약해 전개하는 식이다.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은 영화 '박하사탕'(2000)을 참고해 점프 컷과 교차편집, 몽타주 등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보고타'는) 각기 다른 시간대의 중요 사건을 다루고 인물과 관계가 변화하고 갈등도 생기면서 마지막에 파국이라면 파국, 성장이라면 성장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박하사탕'이) 좋은 예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과한 부분 없이 '잘 다듬은 돌'처럼 보기에 무리가 없다. 다르게 말하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모난 데가 없는 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물들의 들끓는 욕망에 필적할만한 강렬한 표현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같은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나르코스' 등을 기대한 관객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점프컷 등을 활용한 사건 위주의 전개에 인물들의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106분.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