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 탓에 모기 급증
동남아시아가 모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인 뎅기열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례적으로 이른 무더위로 모기가 급증한 탓인데, 올해는 ‘슈퍼 엘니뇨(적도 해수면 온도 상승)’까지 예고돼 있어 감염자가 급증할 전망이다. 뎅기열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만큼 여름 휴가철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방콕포스트 등 동남아 각국 언론을 종합하면, 최근 뎅기열 확산세가 가장 빠른 곳은 태국이다. 태국 질병통제국은 이달 7일 기준 뎅기열 감염자가 1만9,50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86명)보다 475% 늘었다고 밝혔다. 감염자 상당수는 5~14세 어린이다. 감염자 중 17명은 목숨을 잃었고, 수도 방콕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3만3,325명이 뎅기열에 감염됐다. 1년 전(1만954명)보다 204% 늘어났다. 베트남(1만3,000명)과 필리핀(2만7,670명) 역시 3월 말까지 감염자 수가 이미 지난해의 2배를 넘어섰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인 베트남 다낭에서도 2주간 발병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다낭 질병통제센터의 설명이다.
동남아에선 매년 여름 뎅기열 환자가 속출한다. 그러나 올해는 봄부터 시작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뎅기열이 확산 시기가 빨라졌다. 뎅기열을 유발하는 모기는 습하고 더운 기후에 활발히 번식해 활동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엘니뇨 영향으로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날이 더 더워지고 우기(6~8월)까지 지나면,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임란 팜부디 인도네시아 보건부 감염병 예방·통제국장은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 오를 경우 모기에 물리는 횟수가 이전보다 3~5배 늘어나게 된다”고 우려했다.
뎅기열은 감염되면 3~14일(일반적으로 4~7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근골격계 통증,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일주일 정도 지나면 호전되지만 중증 감염자는 사망률이 2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