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출전 허용 싸고 설전…젤렌스키 “테러 용인, 보이콧할 것”
러시아 운동선수들의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출전 허용 문제를 두고 우크라이나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갈등을 빚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범 국가인 러시아 국민들이 참가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IOC는 “국적을 이유로 선수를 막는 게 오히려 부당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는 말도 서슴지 않으면서 양측의 설전도 격해지는 모습이다.
포문은 우크라이나가 열었다. 내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과 관련, 우크라이나는 ‘세계인의 축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선수의 출전 자체가 ‘테러가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크라이나올림픽위원회(NOCU)는 3일(현지시간) 비상총회를 연 뒤 “(러시아 참가 불허를 위한)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바딤 구차이트 NOCU 위원장 겸 체육부 장관은 “러시아 선수들을 내보내면 우리가 (올림픽을) 보이콧(거부 운동)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은 이미 우크라이나 편에 섰다.
그러나 IOC는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어떤 선수도 ‘여권(국적)’ 때문에 출전이 금지되어선 안 된다”는 게 IOC의 일관된 입장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 선수들이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등 ‘중립국’ 소속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안도 있다고 본다. IOC는 “정치인들이 운동선수와 스포츠를 정치적 목적 달성의 도구로 악용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밝혔다. 유엔과 미국 등은 IOC 편에 서 있다.
양측의 갈등은 벌써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중립’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바흐무트에서 직접 확인하라”며 초청장을 보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격전지다. ‘중립국 소속으로 러시아 선수들을 출전시키자’는 IOC를 공개적으로 비꼰 것이다. 바흐 위원장은 즉각 거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비서실장 미하일료 포돌략은 IOC가 러시아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는 것을 ‘전쟁, 살인, 파괴를 촉진하는 행위’에 빗댔다. IOC는 “명예훼손은 용납할 수 없으며, 건설적인 논의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주최국인 프랑스는 곤혹스러운 처지다. 전쟁과 관련해선 러시아에 대항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지만, 러시아 선수의 올림픽 참가 문제에선 IOC 입장에 가깝다. 토니 에탕구에 파리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결정권은 IOC가 갖고 있다”며 이번 논쟁에선 발을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