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24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해방’을 위한‘특별군사작전’이라는 빌미로 전쟁의 소용돌이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휘청였다. 단기간 내에 러시아 승리로 끝날 것이란 당초 전망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선전하면서 전쟁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길어진 만큼 피해 규모도 커져 우크라이나에서 해외로 피신한 난민만 800만 명에 육박하며 양측 모두 희생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발 침체의 공포가 글로벌 경제를 덮쳤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40여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 연초 제로금리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4.25~4.5% 까지 높였다.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중앙은행(BOE) 등도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고 글로벌 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글로벌 경기 침체 확률도 높아졌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됐던 민주당이 깜짝 선전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동력 유지 발판이 마련됐다. 연방 상원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내줄 위기에 처한 듯 보였던 민주당은 네바다와 애리조나주 승리를 발판으로 상원 의석 구도수를 50대50으로 유지하며 연방하원을 내주고도 사실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상·하원을 싹쓸이하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를 기대했던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했던 후보들이 상당수 탈락하면서 트럼프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연방의회 폭동 사태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올해 본격 활동에 들어간 연방의회 1.6 의히사태 조사 특별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적 기소를 권고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연방의회 폭동을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동했다며 ▲내란 선동 ▲의사집행 방해 ▲미국 정부에 대한 사취 공모 ▲허위진술 공모 등의 4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영국 최장수 군주이자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9월8일 96세의 일기로 서거했다. 이로써 70여 년 격변의 시기를 이끌었던 여왕의 시대가 저물고, 찰스 3세 국왕의 새 시대가 막을 올렸다. 25살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던 여왕은 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부흥을 이끌며 영국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여왕의 서거에 전 세계는 한 마음으로 애도 했다. ‘세기의 장례식’에는 500여명의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해 추모했다. 영국 왕위는 찰스 왕자가 자동으로 계승했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이자 극우세력의 구심점이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7월8일 가두 선거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사망, 충격을 줬다. 67세의 아베 전 총리가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이끌며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피격돼 서거하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일본 정부는 헌정 사상 최장 총리로 재임한 점, 국제사회의 조의 움직임 등을 들어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을 ‘국장’을 치렀다. 자위대 출신의 총격범은 통일교에 대한 불만 때문에 아베 전 총리를 총격 살해할 결심을 했다고 밝혀 더욱 충격을 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을 확정, ‘1인 권력’ 시대를 열며 사실상 ‘시황제’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의 절대 충성파와 최측근으로 구성된 3기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시진핑 주석은 당헌 개정을 통해 당 핵심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 데 이어 최고 지도부마저 다른 계파를 모두 배제함으로써 권력 사유화와 개인 우상화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졌다. 이로써 명목상 유지되던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올해도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한 재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파키스탄에서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몬순 우기 홍수 사태로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면서 도로와 가옥, 농작물이 떠내려가고 약 1,700명이 사망했다. 미국과 중미에는 허리케인이 강타했다. 플로리다에는 허리케인 이언이 1,000년에 한번 올 홍수를 일으켰다. 푸에르토리코 등에서는 피오나가 2017년 마리아 이후 최대의 타격을 끼쳤다. 또 올해 세계 곳곳에서 지진과 화산 폭발 피해도 확대됐다.
지난 9월13일 만 22세 이란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가 의문사하자 이란 전역에선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가 석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대는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며 정부를 규탄했다. 이란 시위 참가자 최소 500명이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위는 중국에서도 벌어졌다. 중국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곧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고집하는 당국에 반발하며 봉쇄 완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곳곳에서 벌였다.
올해 10월 치뤄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룰라 대통령은 대선 결선투표에서 경쟁자인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꺾고 12년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룰라 대통령의 승리로 중남미에서 제2의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