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이하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재산이 올해 들어 700억 달러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의 순자산은 올해 들어 710억 달러 감소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에 포함된 자산가들 중 자산 감소폭이 가장 컸다. 현재 그의 순자산은 559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2021년 9월(1,420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도 동반 추락했다. 올해 1월 6위에서 8개월여 만에 무려 14계단 하락한 20위로 밀렸다.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다. 올해 미국 빅테크 기업 CEO 대다수가 자산 감소를 피하지 못했으나 저커버그 CEO는 그 중에서도 유독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메타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148.02달러로 마감했으나 올해 초와 비교하면 56% 폭락했다. 블룸버그는 나스닥 시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테크기업 억만장자들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저커버그의 재산 손실이 유독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올해 재산 감소액은 25억5,000달러(연초 대비 -0.9%)였다.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재산은 각각 444억 달러(-23.1%), 262억 달러(-18.9%) 줄었다. 구글 공동창업자 중 하나인 래리 페이지는 34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반면 저커버그 재산은 올해 초와 비교해 55.9% 감소했고, 재산 순위는 6위에서 20위로 미끄러졌다. 블룸버그는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사업에 중점을 두면서 큰 대가를 치렀다”며 “저커버그는 메타버스 프로젝트로 회사가 3∼5년 이내에 상당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고 진단했다. 월가 투자은행 니덤의 수석 애널리스트 로라 마틴도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로 메타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커버그는 작년 10월 메타버스를 향후 역점 사업으로 제시하며 페이스북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그러나 메타는 사명 변경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수익모델을 내놓지 못한 실정이다. 월가 투자은행 니덤의 로라 마틴 수석 애널리스트는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가 메타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0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메타버스 관련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는 지난 2분기 매출이 4억5200만 달러에 그쳤다. 저커버그 CEO 역시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 “향후 3~5년간 상당한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틱톡의 대항마로 선보인 인스타그램 릴스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하루에 릴스에서 보내는 시간은 1,760만 시간으로 나타났다. 틱톡(1억9,780만 시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지난 달 기준으로 릴스의 사용자 참여도도 13.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