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장례식'에 수백만명 운집해 애도…정상급 외빈 500명 참석
전국민 2분간 묵념, 장례행렬 런던 시내 행진 후 윈저성 남편 곁 안장
영국의 가장 오랜 군주였던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됐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서거 이후 57년만에 국장으로 거행된 이날 '세기의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등 500명과 등 2천명이 참석했다. 런던에는 수백만명이 장례 행렬을 직접 보기 위해 운집했다.
나흘간 30만명의 일반인 참배를 마친 여왕의 관은 이날 오전 11시 44분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지면서 영면을 향한 마지막 여정에 최종적으로 올랐다.
장례식에 앞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여왕의 96년 생애를 기리며 1분에 1차례씩 종소리가 울렸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25세 젊은 여왕이 즉위 1년여 만인 1953년 대관식을 치른 장소이자 1947년에는 남편 필립공과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장례식은 이날 오전 11시께 시작됐다.
데이비드 호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사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결혼하고 대관식을 올린 이곳에 우리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의 긴 생애와 헌신을 추모하고 그를 주님의 자비로운 품속으로 보내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였다"면서 장례식 집전을 시작했다.
이어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성경을 봉독했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날 설교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영국과 영연방에 헌신한 삶에 찬사를 표한 뒤 "엘리자베스 여왕이 영면에 들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이후 영국 전역에서 전 국민이 2분간 묵념을 하고, 이제 여왕이 아닌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로 시작되는 영국 국가를 불렀다.
장례식은 왕실 백파이프 연주자가 여왕의 영면을 기원하는 자장가를 연주하는 것을 끝으로 정오를 조금 넘겨 막을 내렸다.
여왕의 관을 앞세운 장례 행렬은 이어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코너에 있는 웰링턴 아치까지 런던 중심부 약 2km를 행진하며 길가에 운집한 시민 수백만명과 작별을 고한다. 기마대와 군악대가 앞장서고 찰스 3세 국왕과 왕실 인사들이 도보로 뒤를 따른다.
장례 행렬이 웰링턴 아치에 도착하면 하이드파크에서 기마대가 예포를 발사한다. 이후 여왕의 관은 런던에 작별을 고하고 40km 떨어진 윈저성으로 떠난다.
이후 여왕은 왕실 일가가 모인 가운데, 작년 4월 먼저 세상을 뜬 남편 필립공 옆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이날 장례식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 정상이 참석한 조문외교의 현장이기도 했다.
경찰은 사상 최대인 1만여명을 장례식에 투입했고, 귀빈 의전에는 외무부 공무원 300명이 투입됐다.
1926년 조지 6세의 장녀로 태어난 엘리자베스 여왕은 부왕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1952년 만 25세의 나이로 국왕에 즉위해 영국 최장인 70년 재위 기록을 세우고 지난 8일 서거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렸던 영국 식민지들의 독립, 전후의 궁핍, 냉전과 공산주의 몰락, 유럽연합의 창설과 영국의 탈퇴 등 역사의 격변을 거쳤다.
군주제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여왕은 평생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신중한 언행과 검소한 생활 태도를 견지해 영국뿐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서거 장소인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시작된 11일간의 장례 일정 동안 영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에서 추모 열기가 이어졌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이뤄진 나흘간의 일반인 직접 참배 기간에는 30만명이 최대 18시간씩 줄을 서서 여왕에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 여왕의 장례 행렬이 지나는 길에는 날마다 수만명의 시민이 몰렸다.
11일간의 애도와 장례 일정이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영국은 이제 거국적인 추모 분위기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회복하게 된다.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는 내년 대관식을 열고 영국과 영연방 국가의 원수임을 대내외에 선포할 예정이다.
여왕 서거를 계기로 국내에서 군주제 폐지 논의가 본격화하고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독립국 56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 일각에서도 탈퇴 주장이 잇따를 조짐을 보여 찰스 3세 국왕이 만만찮은 도전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