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펜데믹 기간 지나며
재택근무 증가로 호황 누려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 감소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 속에 반도체 업계가 10여 년 새 최악의 하강 국면을 대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 진단했다. 게다가 이번 하락 사이클에는 미중 간 공급망 확보 경쟁으로 중복·과잉투자 위험성까지 더 심각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년간 재택근무로 노트북 등 전자제품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고 관련 기업 주가도 급등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업계 호황이 몇 년간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나왔지만, 이제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이 끝나고 세계 경기가 침체하는 분위기에 수요 감소·재고 증가 우려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이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은 메모리 수요 약화로 2분기 매출이 종전 예측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최근 공시했다.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9% 감소할 전망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특히 PC 분야의 타격이 커서 시장 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데스크톱 PC용 프로세서의 2분기 출하량은 약 30년 만에 최소로 줄었다. 또 지난달 중국의 집적회로(IC)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들었는데, 이는 공급망 충격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저사양 반도체의 수요가 줄었음을 보여준다는 게 블룸버그 설명이다.
앞서 2019년의 반도체 경기 하강기는 오래 가지 않았지만, 이번 하강기는 세계 경제의 침체 분위기와 겹친 만큼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씨티그룹의 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업계가 10∼20년 새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중이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함에 따라 반도체 수요 감소기에 생산능력은 커진다는 점이 과거 하락기와 구분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세계적으로 신규 건설 중인 대규모 반도체 공장은 총 24곳으로, 평년의 20곳보다 많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2,8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에 서명, 공포했다. 미 금융정보회사 샌퍼드 번스틴의 한 애널리스트는 “산업 경기가 바뀌면 공급 부족 문제가 얼마나 빨리 해결될 수 있는지 정치인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또 반도체 생산 분야는 공장 건설 등 막대한 초기비용이 들어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이 과점체제를 이뤄왔다면서,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정부 주도 투자가 업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2020년대 말에는 전체 반도체 매출이 1조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여전하다. 이 경우 현재 각국의 투자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지만, 미래 수요는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