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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되는 제재에 발맞춰 기업들도 잇따라 '탈러시아'

글로벌 | | 2022-03-01 14:17:28

기업들도 잇따라 탈러시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비자·마스터카드, 결제망 차단…BP·셸 등 에너지기업도 철수

연기금, 러 투자 청산 선언…볼보·GM 등 완성차 업체도 수출 중단

글로벌 해운사도 러 운항중단…디즈니 등 할리우드 영화사는 러 개봉 취소

 

러시아 모스크바의 BP 주유소.
러시아 모스크바의 BP 주유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경제적 제재가 이어지자 기업들도 러시아에서 빠르게 철수하고 있다.

28일 로이터통신과 CNN·CNBC방송 등에 따르면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응징 차원으로 6천300억 달러에 이르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접근을 제한했다.

또, 일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했고,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영공 진입을 금지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금융회사부터 에너지 기업,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할리우드 영화사에 이르기까지 러시아로의 수출을 줄이고 파트너십을 중단하는 등 러시아 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서방의 금융 제재에 따라 여러 러시아 금융기관들과의 결제망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마스터카드와 함께 카드·결제업계의 양대 산맥인 비자도 1일 대러시아 제재 명단에 오른 기관과 개인들을 결제망에서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규제당국과 협력해 앞으로 부과될 수 있는 추가 제재 조치도 적극 이행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위한 인도주의 구호 기금으로 200만달러를 함께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셸과 BP, 노르웨이 에퀴노르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빠져나오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선언으로 미국 엑손모빌이나 프랑스 토탈에너지처럼 러시아 석유와 가스 사업에 많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도 동참해야 하지 않느냐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에너지 기업들의 '탈 러시아' 선언은 캐나다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무렵에 나왔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올리가르히의 배를 불리는 러시아의 원유 수입을 모두 금지한다"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민들이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각지에서는 루블화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달러화 인출이 잇따랐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민들이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각지에서는 루블화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달러화 인출이 잇따랐다.

볼보와 GM은 러시아에서 연간 1만2천대의 자동차를 판매하지만, 러시아로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러시아 3개 자동차 공장의 지분 50%를 보유한 포드는 철수 계획은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 1·2위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도 대러 제재에 따라 러시아 항구에서의 모든 해운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나온 이번 조치로 글로벌 물류·해운업계가 더 큰 차질을 겪을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측했다.

원유·식량 운송의 핵심 루트 중 하나인 흑해에서 아조프해를 연결하는 케르치해협에서는 화물선 200척 이상의 발이 묶인 상태라고 WSJ은 보도했다. 이번 사태로 대형 컨테이너선의 하루 화물운임은 최근 2년새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연기금들도 러시아 자산 매각에 나설 태세다.

피오나 마 캘리포니아 재무부 장관은 28일 성명을 통해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연기금이 러시아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캘리포니아가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분명하고 명확한 응답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턴에 있는 제빈 자산운용사 회장 소니아 코왈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 회수 발표가 곧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가 상대방의 항공기에 대해 영공 폐쇄를 발표하자 동·서 비행로가 장기간 봉쇄될 것에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는 영공 폐쇄 결정에 올해 경영 전망을 전면 철회해야 했고,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다.

미국은 아직 러시아 항공편 운항 금지 결정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당수 미국 항공사들이 아시아와 세계 곳곳으로 가기 위해 러시아 상공을 지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 IT 기업들 역시 러시아 제재에 어느 정도 동참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러시아 국영 언론 매체의 계정이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나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트위터도 가짜 뉴스 등에 대한 주의 차원에서 러시아 국영 미디어의 웹사이트로 연결해주는 링크를 공유하는 트윗에는 라벨을 붙이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도 러시아 제재에 가세했다. 월트디즈니와 소니 픽처스는 러시아 극장에서 신작 영화 개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워너브라더스는 이번 주 예정됐던 영화 '더 배트맨'의 러시아 개봉을 취소했다.

반면 제재 동참에 미온적인 기업도 없지 않다.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이 설립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대러시아 제재 대상자의 계좌만 차단하고, '모든 러시아 이용자의 계좌를 동결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은 거부하기로 했다.

바이낸스의 이런 조치는 러시아가 국제 금융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한편,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서방 기업들의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WSJ에 따르면 30년 전 소련의 붕괴와 함께 러시아가 유망한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지난 수십년 간 많은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특히 대형 에너지 회사와 자동차 제조사 등이 수백만명의 신규 소비자와 방대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에 대거 투자하거나 현지업체와 제휴하는 등 러시아에 깊이 뿌리를 내린 상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나 투자회사들이 러시아 투자를 중단하고 철수하려 해도 이미 금융망이 닫히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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