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28일 회담 예정… 전망은 불투명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나흘째
2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나흘째 교전이 이어졌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와 제2도시 하리코프 등 주요 도시 진입을 위해 공세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진격이 지체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회담이 준비되는 도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고 서방은 일제히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양측의 회담은 28일 열릴 예정이지만 입장의 차이가 현격해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측은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2도시 하리코프 시가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예프, 제2의 도시 하리코프 등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특히 하리코프에서는 시가전이 벌어졌다. SNS에는 하리코프 도심에서 러시아 군용차량이 불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올레 시네후보프 하리코프 주지사는 “군, 경, 방위군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리코프의 적들을 소탕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준비된 전투 병력의 3분의 2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35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부분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언급했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국경지대에 최소 15만명의 전력을 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은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진전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수도 키예프를 향하는 러시아군은 이틀째 도심에서 30㎞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이날까지 어린이 14명을 포함해 352명의 민간인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국경 지역서 회담 합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회담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전화 통화 뒤 회담을 벨라루스 남부 국경 지역을 흐르는 프리퍄티 강 인근에서 회담을 여는 데 동의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회담 중재 상황에 정통한 벨라루스 인사는 28일 오전(현지시간)에 회담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번 협상이 러시아가 그동안 오랫동안 요구해온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즉각적인 종전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앞서 협상 시작이 군사작전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다면 회담에 참여해야 한다”면서도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 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일컫는다.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에 서방측은 일제히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언”이라면서 비난 공세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ABC방송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는 긴장 고조와 위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대규모 지상군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이동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 지상군 대거 투입
미국 위성업체 맥사(Maxar)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날 탱크 등 군용 차량 수백대를 포함해 5㎞ 행렬을 이룬 지상군이 키예프를 향해 이동 중인 장면이 포착됐다. 촬영 당시 지상군은 키예프 북쪽 64㎞ 거리까지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행렬은 병력과 군수물자를 실은 장갑차, 유조차, 탱크, 기계화 전투 차량, 자주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같은날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무기 확보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발표하는 등 대응 단계를 높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