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팬데믹 이후 집값 급등…캐나다·호주 등지 하락 전망도
세계 주요국들이 수십 년 만에 최고로 오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이미 나섰거나 나서려 하는 가운데 각국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금융기관감독국의 피터 라우트레지 국장은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일부 시장의 주택 가격이 2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집값의 지속적인 상승, 쉽게 구할 수 있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등이 주택 구매 바람을 일으켰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금리가 오르면 주택 시장의 '투기 열풍'이 끝나고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급격히 오른 일부 지역은 10%, 20%의 하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캐나다는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주택 시장이 과열된 나라다.
캐나다는 12년 연속 집값 연간 상승률이 최고를 경신했다. 최대 도시인 토론토는 집값이 지난해 18% 뛰어 평균 가격이 110만캐나다달러(약 10억4천만원)에 이르렀다.
캐나다는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했으나, 치솟는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3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그간 초저금리 속에 집값이 수직으로 상승한 나라는 캐나다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주요국은 대부분 통화완화 정책과 생활방식 변화 등의 결과로 집값이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년간 영국의 집값이 18% 올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영국의 부동산가격지수는 11.2% 올라 1월 기준으로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팬데믹 이후 세계 주요 국가 중에 최초로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지난 2일에도 금리를 0.5%까지 재차 인상했다.
잉글랜드은행이 금리를 연달아 올린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부동산 업계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으로 대출 비용이 늘어나면 주택 구매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본다.
호주에서는 지난 1월 집값이 1989년 이후 가장 급격히 상승했다. 호주의 집값은 1년 만에 22.4% 치솟았는데 보통 주택이 1년 전보다 13만1천236호주달러(약 1억1천만원) 비싸졌다.
호주 중앙은행(RBA)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주택시장이 둔화하고 연말께 가격 하락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호주 경제매체 파이낸셜리뷰는 전망했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부채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대규모 자금을 빌릴 때 두 번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해 내년까지 5∼10%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올해 8월과 9월에 0.25%씩 금리가 오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시장을 끌어내리는 데는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했지만, 아직 집값 하락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미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주택 가격(중위가격)은 34만6천900달러(약 4억2천만원)로 전년보다 16.9% 올랐다. 주택 오름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모기지 보증기관인 패니메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덕 덩컨은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기대는 없지만, 가격 상승은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NBC에 말했다.
<연합뉴스>